다산의 하피첩, 내년 2월쯤 일반 공개

입력 2015-10-14 02:56

보물로 지정된 정약용 문집 ‘하피첩’(사진)이 마침내 속살을 드러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지난 9월 서울옥션 고서 경매에 나온 하피첩을 7억5000만원에 낙찰받았다며 13일 언론에 공개했다.

실물이 공개된 하피첩은 가로 14.4㎝, 세로 24.2㎝ 크기의 첩 3권으로 구성돼 있다. 표지 글씨는 거의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지만 본문 글씨나 제본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책의 순서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피첩 원문은 2010년 공개된 적이 있으나 번역이 이뤄지진 않았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개인소장품이었던 하피첩이 국가기관 소유가 됨으로써 국민들이 접근하기 쉬워졌다”며 “보존 처리를 완료해 내년 2월쯤 국민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산이 1810년 귀양지인 전남 강진에서 공들여 만든 하피첩은 부인이 보내준 치마에 두 아들을 위한 훈계를 적은 책이다. 하피는 노을빛처럼 엷은 붉은색 치마를 말한다. 서문에는 “내가 강진에서 귀양살이하고 있을 적에 병든 아내가 낡은 치마 다섯 폭을 보내왔는데, 그것은 시집올 때의 훈염(예복)으로 붉은빛은 흐려지고 노란빛은 옅어져 글씨 쓰는 바탕으로 알맞았다. 이것을 잘라서 조그만 첩을 만들고, 손이 가는 대로 훈계하는 말을 써서 두 아이에게 준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어버이의 따뜻한 마음이 표현돼 있고, 부인이 입던 치마에 글을 썼다는 점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크다는 평가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