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욱(51) 강남비전교회 목사는 매일 아침 7700여명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메일에선 먼저 소설 시 수필 영화 뮤지컬 등에서 성경과의 교집합이 포함된 대목을 소개한다. 이를 성경 말씀에 접목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성경적 진리를 전한다. 이를테면 최근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미움 받을 용기’의 한 대목을 인용하면서 “크리스천은 의를 위해 핍박 받을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으려 하지 말고 주님을 위해 배짱을 길러라”고 조언한다. 김춘수의 시 ‘꽃’에 빗대 “전도는 그의 이름을 불러주고 존재성을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 목사가 보내는 이메일은 길지 않지만 성경적 진리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2008년부터 이메일을 보냈는데 시간이 갈수록 요청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메일 요청자 중엔 교인뿐 아니라 목회자, 지역주민, 유명 소설가도 있고 불신자들도 많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성도들도 이메일을 전도의 도구로 사용하곤 한다. 인문학적 예화를 드는 설교가 지역사회에 소문나서 논술시험을 준비하는 자녀와 함께 한 목사의 설교를 듣는 학부모들도 생겨났다. 한 목사는 지난 6월부터 극동방송에서 ‘인문학을 하나님께’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강남비전교회에서 지난 7일 만난 한 목사는 ‘기독교 인문학’을 통해 세상과의 접촉점을 만들 수 있고 복음도 쉽고 세련되게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상 속으로 파고들기 위해선 대중의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유머 감각이 풍부했고 때론 반어법 역설법 등으로 정곡을 찌르셨어요. 제자 게바를 ‘반석’이란 뜻의 베드로라 부르며 친근하게 별명도 사용하셨죠. 예수님을 곤경에 빠뜨리려는 바리새인의 세금 관련 질문에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마 22:21)며 재치 있게 대답하셨어요. 한국교회 목회자들도 예수님처럼 대중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들의 고독과 아픔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 목사는 인문학을 활용하면 공감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문학에 대해 관심과 흥미를 갖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문학은 인간의 근원적 문제인 죄와 죽음에 대해 속 시원히 대답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인문학은 인간의 기원, 죄, 죄 사함, 죽음, 사후세계 등 가장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합니다. 본질적 문제에 대한 해답을 모르기 때문이죠. 그러나 성경은 이에 대해 정확하고 명료하게 진리를 말하고 있어요.”
한 목사는 책을 읽고 중요 내용을 메모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하루에 1권 이상 책을 읽을 정도다. 한 목사는 그러나 “책은 인간의 편협함을 깨는 정도의 역할을 할 뿐, 인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성경만이 우리의 정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성경과 인문학을 접목시킨 기독교 인문학은 전도에 유용합니다. 인문학의 한계를 지적해 하나님 말씀의 우위를 증명하는 데 활용할 수 있어요. 인본주의 인문학자들이 가져간 인문학을 하나님께로 가져와야 합니다.”
글·사진=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극동방송서 인문학 프로그램 진행하는 한재욱 목사 “사랑 담은 인문학으로 세상과 소통합니다”
입력 2015-10-14 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