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으로 국내 정유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나마 윤활기유 사업 분야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정유업계 효자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윤활기유는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만든 다음 남은 미전환유(Unconverted Oil)를 한 번 더 정제해 만드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윤활유 완제품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기초원료로 여기에 산화방지제 등 첨가제를 넣으면 자동차와 선박 등에 쓰이는 윤활유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중국 인도 등의 자동차 보급 확산, 선진국의 환경규제 강화 등 영향으로 최근에는 고급 윤활기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윤활기유 수요는 2022년까지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며, 아시아 남미 등의 지역에서는 2015년 대비 10∼15%에 가까운 성장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전 세계 윤활기유 시장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1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윤활기유 일일 생산량은 15만9500배럴로 세계 윤활기유 일일 수요(약 68만 배럴)의 24%를 차지한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는 지난해 윤활기유 사업 분야에서 2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에쓰오일도 지난해 이 분야 매출이 2조9500억원을 넘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 윤활기유 분야에서 각각 1조190억원과 34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윤활기유는 크게 그룹1, 2, 3으로 나뉜다. 1에서 3으로 갈수록 고급 윤활기유로 점도지수가 높고, 온도변화에 따른 점도 변화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그룹1, 2는 저·중급 엔진용이나 산업유, 선박유 등에 주로 사용된다. 그룹3은 고급 자동차용으로 쓰인다.
SK루브리컨츠는 현재 전 세계 윤활기유 그룹3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35%를 점하고 있는 독보적 리더다. 세계 50여 개국에 고급 윤활기유 자체 브랜드인 ‘YUBASE’를 수출하고 있고, 총 판매 중 약 85%가 해외에서 이뤄진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렙솔과 합작법인인 일복(ILBOC)의 스페인 카르타헤나 윤활기유 공장 준공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 공장은 고급 윤활기유인 그룹3을 연간 63만t씩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현재 100% 가동 중이다.
에쓰오일도 그룹1∼3 윤활기유를 모두 생산하는 업체로는 하루 4만2700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단일공장 생산규모를 갖추고 있다. 고급 윤활유인 그룹3 윤활기유 분야에서도 세계 3위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그룹2 윤활기유를 주로 생산하는 GS칼텍스는 지난해 885만700배럴의 윤활기유를 생산했고, 전체 생산물량 중 70% 이상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Shell)과 함께 연간 생산 65만t 규모의 윤활기유 공장을 준공하며 뒤늦게 시장개척에 뛰어들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그룹3 이상의 윤활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최고급 윤활유의 경우 2022년까지 50% 가까이 성장해 전체 윤활유 수요 중 비중이 약 9%에서 14%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시장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계속적인 윤활기유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기획] 고급유 점유율 세계 1·3위… 윤활기유, 정유업계 ‘효자’
입력 2015-10-14 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