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보상운동 세계기록유산 등재 ‘암초’… 경제주권 회복운동 주도 서상돈 선생 친일 의혹 제기

입력 2015-10-14 02:26
민족문제연구소 대구지부 관계자들이 13일 대구시청 앞에서 ‘서상돈 선생의 선양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했던 서상돈 선생(1851∼1913년)이 독립·민족운동가로 알려져 있지만친일 행적이 의심되는 부분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채보상운동 기록물들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는 사업을 추진 중인 대구시는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대구지부는 13일 대구시청 앞에서 ‘올바른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 및 무분별한 서상돈 선양사업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서 선생의 행적에 친일을 의심할만한 여지가 있어 이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구지부는 서 선생이 일제의 지방경제 수탈 도구였던 대구 농공은행에 대주주이자 감사로 참여한 이력, 일제의 조선화폐 정리사업 특혜, 대구의 유력 일본인들과 활발한 경제활동, 한·일 강제병합 이후 총독부 인·허가를 수시로 따낸 점, 독립협회 간부 이력 불분명, 아들의 친일 이력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대구지부 관계자는 “서 선생은 국채보상운동을 발의한 공적도 있지만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일제와 협력한 행적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며 “이에 대구의 대표 인물로 선양하는데 의구심을 갖고 관련 기관·단체들과 공동 연구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채보상운동은 김광제, 서상돈 선생 등이 1907년 일본에서 도입한 차관 1300만원을 국민들이 갚아 일제의 경체침탈을 막자는 취지로 대구에서 시작한 경제주권 회복운동이다.

이 운동은 특히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나라 살리기 금 모으기 운동’ 등으로 그 정신이 계승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상돈 선생은 이 같은 공로로 1999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국가보훈처는 2007년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서상돈 선생을 선정하기도 했다.

대구시는 2006년 대구의 대표 문화인물로 서 선생을 선정하고 생가를 복원하기도 했다. 또 국채보상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2011년 기념관을 건립하고 관련 자료를 집대성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시 산하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위원회’를 발족했고, 보고회와 시민참여 발대식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유네스코 등재와 서 선생의 평가는 별개의 문제”라며 “시는 지금까지 서 선생 선양사업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고 밝혔다.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의혹이 있으면 전문가 등의 검증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며 “서 선생의 삶을 봤을 때 친일 의혹이 있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구=글·사진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