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의 아이들, 이젠 내부경쟁… 15승 3무 3패 취임 1년 슈틸리케 감독 ‘합격점’

입력 2015-10-14 02:23

21경기 15승3무3패. 취임 1년을 막 넘긴 울리 슈틸리케(사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거둔 성적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팬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이유는 단지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무너진 한국 축구를 일으켜 세워 ‘아시아의 호랑이’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슈틸리케 감독은 취임하자마자 “누구에게나 대표팀 문은 열려 있다”고 공언했다. 이름값과 상관없이 소속팀에서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치면 발탁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는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K리그 클래식(1부 리그)과 챌린지(2부 리그)는 물론이고 대학 경기까지 찾아다녔다. 그 결과 많은 ‘보석’들을 찾아냈다.

이정협(24·부산 아이파크)이 대표적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상주 상무에서 뛰던 무명 공격수 이정협을 발탁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정협은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맹활약하며 ‘슈틸리케호의 황태자’로 떠올랐다. 이재성(23·전북 현대)과 권창훈(21·수원 삼성), 김승대(24·포항 스틸러스), 이종호(23·전남 드래곤즈)도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아 빛을 본 K리거들이다. 이들은 손흥민(23·토트넘 홋스퍼), 기성용(26·스완지 시티), 이청용(27·크리스털 팰리스) 등 해외파들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상의 조합을 찾기 위해 다양한 선수들을 불러 기량을 확인했다. 한 번 이상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이 59명에 이른다. 슈틸리케 감독의 열성 덕분에 인재풀이 완성되어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제 누가 ‘슈틸리케호’는 누가 오든 안 오든 전력에 큰 변화가 없는 탄탄한 팀이 됐다. 이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입증됐다. 한국은 G조에서 4전 전승, 14득점 무실점을 기록했다. 8개 조에서 4전 전승으로 실점이 없는 팀은 한국이 유일하다.

태극전사들은 슈틸리케 체제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았다. 특히 악조건들이 많았던 쿠웨이트전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고무적이다. 무더위와 시차, 익숙하지 않은 잔디에 골잡이 손흥민과 이청용이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중동 쇼크’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달 29일 쿠웨이트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 뒤 “대표팀 선수층이 두꺼워졌기 때문에 누구나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은 새 얼굴 발굴보다 내부 경쟁 유도에 더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