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권순웅] 세수간(洗手間)

입력 2015-10-14 00:57

우리 노회의 한 교회를 방문했다. 화장실에 ‘세수간(洗手間)’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중국은 화장실을 세수간이라 한다. 교회가 있는 경기도 안산 지역은 중국동포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곳이다. 교회 안에 중국 성도들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세수간도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이 교회는 구령의 열정이 뜨거운 교회다. 한족, 조선족을 많이 전도했다. 세수간은 이 교회 선교의 상징적 표현이 된 것 같다.

중국선교 초창기 때다. 선교팀들과 선교 현장 곳곳을 방문했다. 열악한 상황 가운데서도 선교 현장을 지키려는 훈련생들이 있었다. 그들을 데리고 식당을 방문하면 세수간을 만난다. 그들은 밖에 외출을 잘 하지 않는다. 식당에서 대접을 받으면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모른다. 그들의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세수간을 간다. 세수간도 즐겁다.

왜 우리 노회 교회의 세수간이 좋은 느낌을 주었을까. 생각해 보니 선교 현장의 아름다운 추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미션의 현장 모든 것을 아름답게 하신다. 세수간조차 그렇다. 만일 할 일 없는 룸펜(부랑자, 실업자)이었다면 세수간이 무슨 좋은 추억으로 남겠는가. 술주정뱅이였다면 세수간이 어떤 좋은 기억으로 남겠는가.

세수간을 보니 선교의 기억들이 새로워진다. 세수간은 선교에 대한 추억만 주는 것이 아니다. 교회 화장실에 붙어있는 세수간에는 메시지가 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하나님 나라 축복의 현장이다. 하나님 나라의 그리스도 왕권(王權)과 하나님의 부격(父格)은 경이로운 축복이 있다.

세수간을 그냥 흘려보낼 수 없다. 우리나라 다문화가정 학생은 8만2536명이라고 최근 교육부에서 밝혔다. 2011년 3만8000여명이었던 다문화학생이 4년 만에 배 이상 늘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다문화가정은 성장하고 있다. 3년 내 10만명이 넘어설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다문화 다음세대들이 우리나라 교육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수치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실제상으로는 그렇지 않다. 부적응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 지원은 역행하고 있다. 다문화학생들의 교육환경이나 맞춤정책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 예산이 지난해 225억원이었다. 지금은 14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세수간을 보며 선교 추억만 되뇌어서는 안 되겠다. 세수간을 선교하는 교회의 상징으로만 둘 수 없다. 다문화가정의 다음세대들이 교회에서 세수간을 보았으면 좋겠다. 한국교회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기독교대안학교 세우기 운동을 했으면 한다. 물론 지금도 이 사역을 하는 교회들이 있다. 그러나 미약한 것 같다. 큰 교회는 큰 교회대로, 작은 교회는 작은 교회대로 장점을 살려 비전을 가졌으면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장 박무용 목사)은 100회 총회를 통해 전국 노회별로 기독교대안학교 세우기 운동을 펼치기로 결의했다. 차제에 한국교회가 연합하여 교회건물을 기독교대안학교로 사용할 수 있는 법제화에도 힘을 모았으면 한다.

다문화가정뿐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른 다음세대의 상처가 심각하다. 이들을 누가 치료하며 회복시킬 것인가. 동성애 등 반성경적 가치관이 점차 고개를 들고 보편적 상식으로 둔갑해가고 있다. 다음세대를 위해서는 기독교대안학교가 비전 메이커가 될 수 있다. 교회에 붙어있는 세수간이 엘리야가 본 손바닥 구름 같았으면 한다. 가정의 다음세대를 위해 한국교회가 엘리야의 심정을 품었으면 한다.

권순웅 목사(동탄 주다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