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세원] 행복한 여행

입력 2015-10-14 00:20

지난주 초 여고 동창회 주관 하에 경북 안동으로 1박2일 여행을 하였다. 전통문화의 유산이 풍부한 안동은 처음 가보는 곳이라 기대를 안고 동틀녘에 출발하여 일찍부터 명승지를 둘러보았다. 한옥과 기와를 얹은 담벼락이 우리 정서와 얼마나 잘 맞는지 느낄 수 있었던 하회마을, 한 부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는 월영교, 퇴계의 인품과 학문적 정신을 대변하듯 산중에 고고하게 자리하고 있는 도산서원,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과 멋지게 어우러진 병산서원, 소박한 성진골 벽화마을 등. 여기에 무공해의 화창한 가을하늘을 더한 안동이야말로 진정한 슬로시티라고 생각되었다. 한정식집에서 맛본 신선하면서도 묘한 맛의 안동식혜, 입맛 돋우는 안동찜닭, 청정한우 불고기는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숙소인 한옥은 고풍스러운 멋은 그대로인 채 내부에 편리함을 더해 만족스러웠고, 시원하게 트인 대청마루, 한지를 바른 여닫이문은 마치 외가에라도 온 것처럼 친근하게 여겨졌다. 여닫이문을 양쪽으로 여니 정원의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훤한 달빛이 마치 세상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신비롭고 운치가 있었다.

늦은 밤, 우리는 지난 삶의 이야기와 미래 계획 등에 대하여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여고생처럼 깔깔대며 즐거워하던 친구들은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아주 진지해졌고, 여러 가지 어려운 일로 인하여 전쟁터 같았던 고난의 날들을 진솔하게 털어놓거나 자신의 비전을 꾸밈없이 나누어주었다. 대부분 신앙생활을 하고 있어 마치 간증집회를 하는 것 같았고, 서로가 공감하며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가 오갔다.

생애 어느 계절 아픔이 없는 때가 있을까. 삶은 다양한 고통을 수반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이겨내기가 좀 더 수월할 수도 있을 텐데 달콤함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해 더 힘들어지는 것은 아닐는지. 서로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나눔의 시간을 통하여 교감의 온도는 뜨겁게 올랐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래 추억할 수 있는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김세원(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