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에 앵거스 디턴 美 프린스턴대 교수…소비와 빈곤의 연관성 연구

입력 2015-10-13 03:32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미시경제학자 앵거스 디턴(69·사진)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가 선정됐다. 디턴 교수는 소비와 빈곤의 연관성을 연구해 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디턴 교수가 ‘공공정책의 변화는 부와 가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한 공로를 인정해 올해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디턴 교수의 연구는 ‘만약 식품에 매겨진 부가가치세를 인상할 경우 대중의 행동이 어떻게 변하는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디턴 교수는 복지를 촉진하고 빈곤을 줄이는 경제정책을 설계하기 위해선 정부가 개인의 소비 성향과 선택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괴란 한손 노벨위원장은 “그의 연구가 세밀한 개인의 선택과 소득 총액을 연결해 미시·거시경제, 개발경제학 영역을 탈바꿈시키고 확대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영국과 미국 국적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그는 프린스턴대 교수이자 우드로윌슨스쿨(WWS)의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45년 영국 에든버러에서 출생한 그는 스코틀랜드 명문 공립학교인 페츠 칼리지를 졸업하고 75년 케임브리지대에서 ‘소비자 수요 모델과 영국에의 적용’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78년 미국 계량경제학회가 2년마다 해당 분야에서 5년간 제출한 논문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프리시 메달의 첫 번째 수상자가 되면서 경제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83년 프린스턴대에서 강의를 시작한 그는 미시경제학 차원의 소비자 행동에 대한 분석 외에도 세계 빈곤의 측정, 보건경제학 및 경제발전 등에서 폭넓게 연구했다. 특히 그가 개발한 빈곤측정방식은 경제학자들에게 벤치마킹되고 있다. 2011년에는 소비와 저축이론의 토대를 쌓고 경제후생을 측정하는 데 획기적인 기여를 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금융그룹 BBVA재단에서 수여하는 경제·금융·경영 분야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과 교수는 “미시계량경제학자인 디턴 교수는 개인이나 가계 수준에서 소비와 소득 데이터를 추정하고 분석하는 방법론을 사용했다”면서 “그의 연구를 통해 소득 불평등 등을 다루기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그의 수상은 그동안 ‘노벨 경제학상 수상=이론가’라는 고정관념을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13년까지 프린스턴대에서 공부한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윤수 박사는 “디턴 교수는 이론가가 아니라 데이터를 분석하는 개발학자라는 점에서 기존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과 다르다”며 “특히 거시적 데이터가 아니라 소득, 건강, 가계, 보건 등 미시적 데이터를 통한 실증적 연구를 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 데이터보다는 빈곤 국가인 아프리카의 데이터를 좋아했다. 그래서 학교보다는 아프리카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면서 “그를 학교에서 보기란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