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된 교과서, 갈라진 국론… 정부, 국정화 확정 행정 예고

입력 2015-10-13 03:07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중·고교 역사 교과서 국정화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2017년부터 적용될 국정 역사 교과서를 ‘올바른 역사 교과서’라고 부르기로 했다. 세종=김지훈 기자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國定) 전환’을 결정했다. 2017년 1학기부터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우리 역사를 정부가 제작한 교과서로 배우게 된다. 정부·여당이 극심한 반대에도 국정화를 밀어붙이면서 정치권은 물론 교육계와 역사학계 등 사회 전반이 ‘역사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야당은 대정부 투쟁에 돌입했고 여당은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섰다. 진보 교육계는 ‘불복종운동’을 천명한 반면, 보수 측은 국정화 지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이념 대결’의 불똥이 교실로 튀게 됐다.

교육부는 2일 홈페이지에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했다. 중학교 역사 교과서①②와 역사 지도서①② 등 4권, 고등학교 한국사 1권을 국정으로 발행하는 게 핵심이다. 고교 세계사·동아시아사·역사부도 등은 검정 체제를 유지한다. ‘우리 역사’는 정부가 직접 교재를 만들어 가르친다는 뜻이다.

국정 전환이 논의됐던 고교 통합사회는 검정으로 발행키로 했다. 중학교에선 역사가 포함된 사회①②, 사회과부도, 역사부도 등이 검정을 유지한다. 검정은 정부가 심사 기준을 제시하면 민간 출판사들이 제작해 정부로부터 합격·불합격 판정을 받는 방식이다. 국정은 정부가 집필·편찬에서 수정·개편까지 주도하고 저작권도 갖는다. 국정·검정 등 교과서 발행체제 결정은 교육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다.

정부는 국정 역사 교과서를 ‘올바른 역사 교과서’로 명명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선안을 발표하며 “정부가 직접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고 역사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하고자 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다음 달 2일까지 행정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5일 최종 고시할 계획이다. 국정 역사 교과서 제작은 국사편찬위원회가 담당하게 된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개인적으로 1970년대 정말 암울하고 민주화를 외치던 시기에 검인정을 주장한 사람”이라며 “2년 전(교학사 교과서 파동) 역사학의 이념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것을 보고 깊은 우려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 교과서를 ‘친일·독재 교과서’로 규정하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피켓 시위를 벌인 뒤 국회에서 의원총회와 규탄대회를 이어갔다. 황 부총리 해임건의안도 제출했다. 행정예고 기간에 ‘의견 10만건 접수운동’을 벌이고 촛불집회 개최, 대국민 서명운동 등에 나설 계획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반대를 ‘국정 발목잡기’로 규정했다.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에서 역사 교과서 문제를 예산과 연계하겠다는 발언이 나왔는데 두 문제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고 했다.

세종=이도경 기자, 임성수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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