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조율에도… ‘선거구 획정안’ 묘수는 없었다

입력 2015-10-13 02:46
정의화 국회의장이 12일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만나 국회 제출 법정 시한을 하루 남긴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정 의장,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이병주 기자

지난 7월 사상 첫 독립기구로 출범한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획정안 국회 제출 시한(10월 13일)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의원정수와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수, 획정기준을 획정위에 넘겼어야 할 여야는 12일에도 공방만 되풀이했다.

획정위는 서울 관악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지역선거구를 246개로 하는 획정안의 세부 내용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획정위는 “법정기한 내 획정안 제출이 불가능하다”며 “김대년 위원장이 내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위원들 간 견해차로 최종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했다. 지난 5월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획정위는 선거일 6개월 전까지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5개월 전(11월 13일)까지 이를 확정해야 한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획정위는 첫 회의에서 획정안 제출 시한 두 달 전(8월 13일)까지 의원정수와 그에 따른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수, 획정기준을 마련해줄 것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정식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정개특위 여야 의원들은 의원정수 현행(300명) 유지 원칙에만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을 내놓지 못했다. 정개특위 관계자는 “획정위가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한 것이 전적으로 획정위 책임은 아니다”며 “제때 획정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정치권의 잘못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회 제출 시한은 이미 물 건너갔지만 최종 확정까지는 아직 한 달이 남았다. 정개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은 “획정위가 이미 여러 안을 만들어 검토했기 때문에 여야가 일주일 내에 획정기준만 합의한다면 확정 시한을 지키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획정위는 20대 총선의 선거구가 확정돼 효력이 발생할 때까지 활동한다.

문제는 여야가 기존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정의화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만난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전체 의원정수는 300명을 유지하고, 비례대표를 줄여서라도 지역구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구 260석, 비례대표 40석’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비례대표제가 사표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영·호남 지역 구도를 완화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며 “그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게 (우리) 당론”이라고 맞섰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은 “9명의 획정위원들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한계에 봉착했다”며 “양당 최고 수뇌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정개특위는 여야 지도부의 결단을 요구하는 반면, 여야 지도부는 정개특위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선을 긋는 등 서로 기싸움만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