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면세점 공방전에 나선 롯데와 두산이 새로운 ‘상생 카드’를 승부수로 꺼내들었다. 경영권 분쟁 불씨가 살아난 롯데는 신동빈 그룹 회장이 전면에 나서 면세업계 최대 규모인 1500억원을 투입하는 사회공헌 계획을 밝혔다. 두산 역시 박용만 회장 지시로 면세점 운영 시 이익의 10% 이상을 환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신 회장은 12일 인천 중구 롯데면세점 제2통합물류센터에서 열린 ‘롯데면세점 상생 2020’ 선포식에 직접 참석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면세점으로서 성장에만 집중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상생 2020 플랜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상생 2020 플랜은 중소·중견 기업과의 상생, 취약계층 자립 지원, 관광 인프라 개선, 일자리 확대 등 네 가지 핵심 추진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우선 중소·중견 기업 및 중소상인을 돕기 위해 2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를 조성한다. 중소브랜드 매장도 지금보다 배 정도 확장해 국내 최대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중소브랜드 상생 모델인 ‘인큐베이팅관’도 운영한다. 취약계층 자립을 돕기 위한 사업공간인 ‘언더스탠드 에비뉴’를 통해서는 5년간 6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방침이다.
신 회장은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갈등이 재점화된 점과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은 피한 채 경영활동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는 “최근 불거진 여러 일은 롯데의 노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뿐”이라며 “저는 이에 흔들리지 않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두산도 박 회장이 이익 대비 사회 환원 비율을 기존 5%에서 10∼20% 수준으로 높이라고 지시하는 등 동반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업이익의 최소 10%를 순수한 기부금으로 사회에 환원하고 별도 재원을 투입해 중소·중견기업 지원, 협력사 지원, 중견면세점 지원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두산면세점도 서울 중구 을지로6가 두산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면세점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공개했다. 동현수 두산 사장은 “면세점 사업으로 5년간 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최소 500억원을 환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사업자가 특허를 잃을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최소화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우선 특허를 잃은 사업장에서 나오는 인력을 최대한 흡수할 방침이다. 면세사업부 직원 전원을 정규직화하고 소외·취약계층 10% 이상, 청년고용 비율 46% 달성 계획도 수립했다. 협력사도 최대한 이어받아 협력사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또 면세점 특허 취득 시 개장 시점부터 전체 매장 제품의 40%를 국산으로 채운 후 5년 안에 제품 절반을 국산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대문 상권과의 상생 전략도 마련해 국내 브랜드를 매년 30개 이상 발굴해 면세점을 통해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롯데·두산 ‘면세점 大戰’ 불붙었다… 서울 시내면세점 놓고 서로 ‘상생 카드’ 승부수
입력 2015-10-13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