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노·장·청 전문가로 집필진 구성… 심의회서 ‘편향’ 차단

입력 2015-10-13 02:41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12일 국회 정문 앞에서 ‘좌편향 교과서 정상화’에 협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같은 날 역사학과 대학생·대학원생·졸업생들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는 긴급공동선언 기자회견을 가졌다. 곽경근 선임기자
수년간 진통 끝에 교육부가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바꾼 명분은 ‘편향성’이다. 검정 교과서가 도입된 뒤로 숱한 사실 오류를 양산하는 것은 물론 이념적 편향이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국정 역사 교과서를 선택한 정부는 1년이라는 유례없이 짧은 기간 안에 필진 선정, 집필, 감수, 결재, 발행이라는 먼 길을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달려가야 한다. 국정 역사 교과서는 2017년 1학기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된다.

교육부의 3가지 명분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2일 브리핑에서 현재의 검정 역사 교과서를 ‘물이 새는 집을 부분부분 고치는데 기초가 잘못돼 해결이 안 되는 상황’에 빗댔다. 2002년 역사 교과서 검정제가 도입된 이후 끊임없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됐기에 ‘설계’를 뜯어고치는 국정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념 논쟁’과 ‘편향성 논란’을 첫 번째 명분으로 꺼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교육부는 2004년 한국사·근현대사 편향성 논란, 2008년 금성출판사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수정명령 파동, 2011년 ‘자유민주주의’ 용어를 둘러싼 갈등, 2013년 고교 한국사 검정 교과서 편향성 문제 등을 주요 사례로 들었다.

두 번째 명분으론 기존 교과서 집필진이 다양한 관점을 가진 인사로 꾸려지지 않아 검정제의 장점인 ‘다양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집필진이 교과서에 편향된 시각을 담거나 특정 이념을 바탕으로 객관적 사실을 과장·왜곡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학생들이 치우친 시각을 담은 사실상의 1가지 교과서만 선택해 배운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바로잡기의 근본적 한계’를 마지막 명분으로 내세웠다. 정부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당한 수정명령을 내려도 일부 집필진이 이를 거부해 사회적 혼란만 부추긴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2013년 고교 한국사 검정 교과서에 대한 오류 수정명령을 거부하는 6종 교과서 집필진 12명과 소송을 거듭하고 있다.

‘균형 잡기’ 가능할까

교육부는 ‘객관적 사실’ ‘헌법가치’ ‘균형’을 강조한다. 외세의 침략과 국난을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반만년 역사’를 소개해 미래세대의 자긍심을 고취하겠다는 밑그림도 공개했다.

다양성 확보가 최대 관건이다. 가장 넘기 힘든 고비는 ‘집필’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는 명확한 ‘편찬 준거’를 개발해 무게중심을 잡기로 했다. 책임 편찬기관으로는 ‘국사편찬위원회’를 지정했다. 역사 교육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노년·장년·청년에 이르기까지 역사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분들을 초빙해 팀을 구성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좌파학자’도 집필진에 참여시킬 것이냐는 질문에 “국정이든 검인정이든 궁극적 목적은 좋은 교과서를 만드는 것”이라며 “본인들이 참여한다면 개방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역사가 왜곡 없이 전달되도록 합의와 검증을 충분히 거친 내용을 선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념 문제가 지나치다면 교과서에 쓸 수 없다. 학자가 자기 견해나 저서 일부를 담는다든가 하면 교과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교실로 가는 ‘먼 길’

교육부는 오류를 없애고 편향성 시비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장치를 집필 이후 과정에도 마련했다. ‘교과용 도서 편찬 심의회’가 대표적이다. 심의회는 역사연구기관 3곳의 기관장, 역사학계 원로, 현장 교원, 헌법·정치·경제학자, 학부모, 시민단체 인사 등으로 구성된다. 교과서 편찬과정 전반에 대해 검토·자문을 하고, 수정·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이렇게 다듬어진 교과서는 다시 전문기관 감수, 심의본 ‘웹 전시’, 교사연구회 및 전문가 검토 등을 거친다. 이중, 삼중으로 검토하고 살펴서 최대한 공정성과 균형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은 다음 달 5일 확정·고시된다. 교육부는 이어 다음 달 중으로 교과서 집필진을 꾸리고 편찬심의회 구성을 끝낼 계획이다. 그 다음 단계는 교과서 집필이다. 다음 달 말부터 내년 11월 말까지 진행된다. 내년 12월에 감수와 현장 적합성 검토 등을 거치고 나면 2017년 3월 중·고교 1학년 교실에 교육부가 저작권을 갖는 ‘올바른 역사 교과서’가 뿌려진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