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가을가뭄 극심] 농업용수 저수율 43% 불과… 대체 수원 찾기 ‘비상’

입력 2015-10-13 02:31
충남 8개 시·군이 가뭄으로 지난 8일부터 제한급수를 시작한 가운데 태안 송현저수지가 바닥을 훤히 드러내고 있다. 태안군은 저수지 용량을 늘리기 위해 준설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령·서산·당진시와 서천·청양·홍성·예산·태안군 등 보령댐 광역상수도를 사용하는 충남 8개 시·군에 제한급수가 시행된 지 나흘째에 접어들었다. 이들 시·군은 지난 8일부터 수압을 조절, 20% 정도 줄여 급수하는 등 ‘가을가뭄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가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내년 봄 농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12일 한국수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이들 시·군에 하루 20만t의 생활·공업용수를 공급 중인 보령댐은 현재 저수율이 21.6%로 지난해 같은 기간 39.2%의 2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날 전국 주요 다목적댐의 저수율은 소양강댐 44.2%, 충주댐 41.7%, 주암댐 36.9%, 대청댐 36.8%, 안동댐 33.2%로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올해 전국 평균 강수량은 평년(1209.7㎜)의 62.9% 수준인 761.4㎜다. 농업용수는 전국 저수지 평균저수율이 43.6%(평년 대비 59%)에 머물고 있다. 전북지역 저수율이 27.8%로 가장 낮고 충남 32%, 충북 44.5%, 전남 45.4%, 경기 45.4% 등도 영농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50% 이하의 저수율을 보이고 있다.

충북·강원 일부 산간 마을에서는 식수로 쓰는 계곡물마저 바짝 말라 버렸다. 충북 제천시 수산면 괴곡리는 일주일에 한 차례씩 18t 정도의 운반 급수가 이뤄지고 있다.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광전리와 평창군 미탄면 백운리 등 영서지역 일부 시·군 주민들도 비상급수를 받고 있다.

전북 익산시는 대아수계의 저수율이 30%를 밑돌자 농업·공업용으로 쓰는 금강 물을 식수로 공급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농작물 작황도 영향을 받고 있다. 강원 평창과 횡성, 영월 등에서 재배하는 배추와 무 등을 중심으로 생육 저하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 배추 농사를 많이 짓는 충북 충주 중앙탑면도 사정이 비슷하다. 가뭄으로 생장 상태가 좋지 않아 곳곳에서 스프링클러를 돌리면서 물을 대고 있다. 수확량 감소에 따른 김장철 수급 불균형과 가격 급등 등 김장 대란 우려도 나온다.

간척지인 충남 서산 천수만 B지구는 잎마름 증상으로 벼 전체가 말라죽은 논이 여기저기 나타났다. 가뭄이 지속되면서 간척지 논에 남아 있던 염분 농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국 지자체는 가뭄 장기화에 대비해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분주하다.

홍성군은 대체수원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홍성군은 수돗물 급수조정에 대비해 대체수원으로 개발 중인 관정 10곳의 수원을 모두 확보됐다. 홍성군이 관정 개발로 확보한 지하수는 1인당 평균 사용량(282ℓ) 기준으로 2127가구(5319명)에 공급할 수 있는 수량이다.

홍성군은 보령댐 물을 공급받는 8개 시·군 중 유일하게 대체수원이 없는 지역이다.

서산시는 제한급수가 해제될 때까지 종합운동장 내 수영장 등 일부시설을 임시 휴관키로 했다. 시는 현재 하루 평균 110t의 수돗물 사용량이 5t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보령시도 국민체육센터 수영장 운영시간을 평일 1시간 단축 운영하고 있다.

충남도청은 용수 사용 50% 줄이기를 적극 실천하고 있다. 충남도는 청내 방송을 통해 양치컵 사용, 샤워시간 1분 줄이기 등 직원들에게 물 절약 실천을 매일 한 차례씩 권고하고 있다.

농업용수 비상이 걸린 전남도는 내년 영농기간 물 부족이 예상되는 만큼 저수율이 낮은 저수지는 준설을 서두르기로 했다.

충북 음성군과 청주시는 물 재이용을 가뭄 극복의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물 재이용은 하수·폐수를 처리한 물이나 버려지는 빗물을 생활용수나 공업용수 등으로 쓰는 것이다. 이 물은 주로 청소, 조경, 수세식 화장실, 하천 유지용수 등에 사용하고 있다.

충북대 강철성 지리교육과(기후학) 교수는 “엘니뇨 등 이상기후 현상으로 여름 장마철에도 비가 오지 않아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전국종합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