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별다른 도발 없이 넘기자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총력전을 전개할 태세다. 일단은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지만, ‘8·25합의’에 명시됐던 남북 당국 간 회담의 조기 개최에 힘을 쏟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20일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전에 회담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당국 간 회담 제의 시기와 관련, “남북관계 상황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중에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지난 8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당국 회담을 이산가족 행사 전에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의원의 질의에 “노력을 계속 기울이고 있다”고 답변했었다.
정부는 이번 주 안에 당국 간 회담이 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참석차 13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이뤄지긴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를 비교적 절제된 분위기로 치르는 등 남북관계를 포함한 대외관계 전반을 개선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남측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북측 조선직업총동맹(직총)이 오는 28∼31일 평양에서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를 열기로 합의하는 등 민간교류도 활성화되고 있다. 만약 북한이 20일 이전에 ‘깜짝’ 제의를 해온다면 이산가족 상봉 전에 당국 간 회담이 성사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관계 개선 기류와는 별도로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이끌기 위한 우리 외교 당국의 움직임도 활발해질 조짐이다. 외교가에서는 9월 중국 전승절과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일을 계기로 북·중 관계가 개선된다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많았었다. 특히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방북해 6자회담 재개를 언급하면서 이런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한·미·중 3자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많은 공통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류 상무위원을 만나 북·중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인 이상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중국 측은 (류 상무위원의) 방북 결과를 우리 측과 공유할 것으로 본다”며 “여기에 기초해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우리 정부는 수일 내에 중국 측의 설명을 들은 뒤 오는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한 한·미·중 공조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중 관계 개선이 북한 비핵화로 직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여전히 우세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중 관계가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관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10·10 고비’ 넘긴 정부, 당국간 회담 조기 개최 전력
입력 2015-10-13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