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스타트업 키운다면서 벤처부설硏 인증 갑질이 웬말… KOITA 까탈에 분통
입력 2015-10-13 02:56
“기술연구소 신청서를 냈는데 벌써 세 번째 퇴짜입니다. 제출하라는 서류를 다 냈는데 추가 서류가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홈페이지에 공지하지 않은 서류였습니다.”
한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직원이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이다. 기술개발연구소 설립을 위해 신청서를 냈는데 그때마다 퇴짜를 맞았다는 것이다.
기술개발연구소 인증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의 인증 절차 방식에 중소·벤처 기업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불필요한 서류를 요구하는가 하면 인증에 시간을 끌면서 경영컨설팅 업체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동차 부품을 개발하는 벤처기업 대표는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술개발을 위해 웬만한 벤처기업들엔 연구소가 있다”며 “자금이 부족한 벤처업체들로선 귀찮아도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연구소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이나 벤처의 경우 기업부설연구소 인증을 받으면 연구와 인력개발비 25%를 공제받을 수 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연구·개발(R&D) 사업에 지원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인증 과정이 지나치게 불편하다는 것이다. 현재 기업부설연구소는 선 설립, 후 신고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인증 업무는 KOITA에서 처리한다. 인증 요건은 연구전담요원의 경우 대기업은 10명 이상, 중기업은 5명, 소기업은 3명, 벤처는 2명 이상 있어야 한다. 연구시설과 연구공간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기본적인 인증 요건을 갖췄음에도 보완 요청 통보를 받았다. 교육 솔루션을 개발하는 한 업체는 안내에 따라 연구개발활동 개요서, 연구시설 및 개발인력 현황, 사업자등록증 사본, 회사·기업부설연구소 조직도, 연구소 전체 및 내부 도면 등 기본 서류 6개를 모두 제출했지만 서류 미비를 이유로 ‘보완 요청’ 공문을 받았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연구인력이 10명도 안 되는 연구소의 경우 낼 필요가 없는 서류를 제출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협회가 지나치게 시간을 끌어 속이 탄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업체 대표는 “협회가 인증 처리 마감일인 7일째가 돼서야 중소기업기준 검토표를 내라는 ‘보완 요청’ 공문을 보냈다”면서 “요청한 서류를 마련해 제출했는데 일주일 뒤 보험 가입 명부를 내라고 했고 이후 전담요원 졸업 증명서를 내라는 공문이 한 번 더 왔다”고 했다. 이어 “인력도 시간도 없는 벤처기업들이 인증받는 데 매달릴 수는 없다”면서 “스타트업을 키운다는 박근혜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혜택을 받는 건 스타트업이 아니라 경영컨설팅 업체라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 기술연구소를 포털에서 검색하면 ‘인증 절차가 까다롭다’며 경영컨설팅업체를 이용하라는 홍보글이 대거 올라온다.
KOITA 측은 “연구소인정단에선 현장실사를 나가는 직원까지 총 28명이 근무하고 있다”면서도 “직원이 부족해 아르바이트 직원이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인증 절차가 이틀 안에 끝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