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문닫는다고 퇴근하는 건 아닌데…” 뿔난 은행원들

입력 2015-10-13 02:57
지구상에 금융사가 오후 4시에 문을 닫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고 비판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 은행원들이 뿔났다.

한 시중은행 과장은 12일 “영업일선을 다니는 심사역들은 하루 종일 밖에서 고객 만나느라 바쁘다”면서 “지점에 들어와서는 결과물을 다 정리해서 심사 승인을 올려야 하는데 4시 퇴근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은행 직원은 “숫자를 맞추고 매일 마감해야 하는 업무다 보니 4시 이후 정리만 해도 1∼2시간은 금방 지나간다”며 “지점별로는 영업계획 진행 상황도 봐야 하고 별도 스터디를 꾸리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의 팀장도 “은행에 고객 접점 업무만 있는 건 아니지 않으냐”며 “기업대출을 할 때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일과 시간이 끝난 후 재무제표를 들여다보고 체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최 부총리는 11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오후 4시면 문 닫는 은행이 어디 있느냐”며 “입사하고서 10년 후에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일 안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최 부총리는 또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한 축인 노조의 힘이 너무 강하다”면서 금융개혁 부진의 책임을 노조에 돌렸다.

최 부총리의 이런 발언은 정부가 은행권의 경직된 임금체계를 비판해온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업무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최 부총리가 은행원 업무시간까지 비판한 건 정치적 발언이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금융개혁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최 부총리가 무능력과 책임 전가에 골몰하지 않고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