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 당국도 조희팔 사건의 중대성과 한국의 지대한 관심을 인식하고 있다.”(대검찰청 국제협력단 관계자)
2008년 12월 중국으로 밀항한 뒤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에 대한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검찰과 경찰을 가리지 않고 뇌물을 뿌렸던 조씨의 로비 행적은 잊을 만하면 드러나고 있다. 은닉자금을 추적하는 피해자들과 검찰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핵심 측근이자 조직 이인자인 강태용(54)씨가 도피 7년 만에 중국 공안에 검거되면서 사건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조씨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은 12일 “강씨가 송환되는 대로 조희팔 사건 전반에 대한 수사를 다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강씨의 ‘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말쯤 국내에 송환될 것으로 검찰은 본다. 그는 조씨의 밀항을 돕고 중국 도피 생활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씨의 생사 및 중국에서의 행적을 누구보다 소상히 알고 있을 수 있다. 대검 국제협력단은 지난주 초 대구지검으로부터 강씨 소재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즉각 중국 측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대검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10여명의 특별팀을 꾸려 검거 의뢰 4일 만에 강씨를 붙잡았다”며 “신속히 강씨를 소환해 조씨의 생사 및 사건의 전체 윤곽 등이 드러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피해자 모임 측은 “강씨가 숨었던 곳에 조씨도 함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면서 “강씨 체포로 조씨가 더 꽁꽁 숨어버릴까 우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2012년 5월 경찰의 조씨 사망 발표 이후에도 사안을 종결하지 않고 ‘기소중지’ 상태로 조씨의 행방을 쫓아왔다. 같은 해 9월 중국 측에 ‘조씨의 생사를 확인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뒤에도 법무협력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조씨 소재파악 협조를 요청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조희팔이 살아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고, 경찰의 발표만 믿고 사망을 단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까지 중국 당국은 강씨를 포함해 모두 3명의 조씨 측근을 체포해 한국에 신병을 넘겼다. 다만 당사자인 조씨에 대한 소식은 전무하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 협조를 요청한 지 오래됐지만 조씨 생사에 대한 중국의 답신은 없다”며 “검찰로서도 답답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씨와 수사기관의 유착관계가 속속 드러나면서 그의 생존설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조씨 수사를 담당했던 정모 경사는 2009년과 2011년 조씨를 중국에서 만나 골프접대 등을 받은 혐의로 2012년 9월 구속 기소됐다. 그해 11월에는 서울고검 김광준 부장검사가 수사무마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7년을 확정 받았다. 이후에도 조씨에게 포섭돼 그를 비호하던 전직 경찰 총경, 검찰 서기관 등이 연이어 적발되고 있다.
대구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황종근)는 자금관리를 총괄했던 강씨를 상대로 추가적인 정관계 로비 의혹 및 막대한 은닉재산 소재 등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수사 인력도 대거 보강키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강씨가 핵심 중의 핵심 인물로 결정적인 내용에 대한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나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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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는 조희팔, 中에 살아 있다?… 최측근 中서 검거 수사 새 국면
입력 2015-10-13 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