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증권 개혁가? 돈키호테?… 평가 엇갈리는 한화투자증권 사장 주진형의 실험

입력 2015-10-13 02:24

증권업계 개혁 선두주자인가, 무모한 돈키호테인가. 한화투자증권 주진형 사장은 취임 이후 늘 화제의 주인공이었다. 업계에서 금기시되던 이슈를 수면 위로 올리고, 새로운 시도들을 도입했다. 주 사장 행보에는 늘 ‘파격’ ‘실험’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평가는 엇갈린다. 업계 관행을 깨 신선하다는 반응과 속도 조절을 못하고 지나치게 이상적이란 반응이 공존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5일 서비스 선택제를 도입했다. 시행을 앞두고 리테일본부 임직원과 프라이빗뱅커(PB) 160여명이 사장실을 항의 방문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서비스 선택제는 상담을 원하는 컨설팅 계좌와 상담 없이 거래하는 다이렉트 계좌로 나눠 각각 다른 수수료를 적용하는 것이다. 수수료 부과 기준은 거래금액에서 거래건수로 변경했다. 거래가 잦은 소액투자자의 경우 수수료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제도 시행 첫날 583건 거래를 해 405만원 수수료가 발생한 사례가 나타났다.

회사 비용 절감과 과당매매 감소라는 장점은 있지만 직원들 입장에선 임금 감소를 감내해야 한다. 그동안 실적으로 인정되던 다이렉트 계좌 거래가 영업직원 실적으로 잡히지 않아 실질임금이 줄어들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향성은 맞다고 보지만 직원들의 목줄을 죄는 제도이기 때문에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임금’이라는 직원들의 급소를 건드린 셈이다. 하지만 일부 회사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 사장은 모 증권사가 제도 도입에 관심을 갖고 직원들을 한화증권에 파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서비스 선택제는 과당매매(회전율이 지나치게 높은 매매) 제한을 강조해온 주 사장의 행보와도 일맥상통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회전율과 수익률의 상관관계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자사 고객 5만3000여명의 계좌를 분석해 주식 매매회전율이 높을수록 수익률이 하락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고객 자금의 회전율을 높여서 이익을 내는 과당매매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마찬가지였다. 수수료 수익에 의존하는 과당매매 관행을 없애기 위해 주 사장은 매매회전율 제한 기준을 지난해 300%에서 올해 200%로 낮췄다.

이와 함께 매도 리포트 확대도 강조하고 있다. 과당매매 제한과 매도리포트 확대는 모두 금융당국의 관행 쇄신 방향과 일치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매수 의견 위주 조사분석 보고서 문제를 지적했다. 금감원은 “2011∼2014년 국내 증권사 조사분석 보고서 중 매도 의견 비중이 0.1% 미만”이라며 “보고서 발표 및 사후관리 부족 등으로 일반투자자 불신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기업 눈치 보기 때문에 매도 의견을 내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리포트 발간 이후 해당 기업과 관계가 틀어져 회사채 인수 업무 등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한화증권은 매도 리포트를 전체 발간 리포트의 10%까지 확대한다고 선언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12일 현재 8.3%다. 다른 국내 증권사 매도 리포트는 거의 제로 수준이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