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려대 성적장학금 없앤다… 어려운 학생에 더 돌아가게

입력 2015-10-13 02:08 수정 2015-10-13 18:02

고려대가 내년 1학기부터 성적순으로 학생들을 줄 세워 지급하는 방식의 ‘성적장학금’을 폐지한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장학제도를 전면 개편키로 했다. 가계소득 등 숫자로는 알 수 없는 학생들의 다양한 사정까지 고려해 지급 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고려대는 12일 성적장학금 폐지를 골자로 장학제도 전면 개편안을 마련해 세부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염재호 총장이 1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한다. 우리 대학의 역사와 함께해온 성적장학금이 주요 대학에서 처음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고려대가 지난해 지급한 전체 장학금은 ‘생활장학금’이 49%, ‘성적장학금’이 23.6%, ‘기타장학금’이 27.4%였다. 성적장학금 폐지는 ‘포상’ 개념이 강했던 장학제도를 ‘학업 지원’ 수단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고려대는 장학금이 필요한 학생이 사정을 소명하는 증빙서류를 갖춰 직접 신청케 할 예정이다. 새롭게 설치하는 장학금심사위원회에서 경제적 여건, 학업 의지 등을 종합 평가해 지급 여부와 액수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개개인의 사정까지 세밀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일률적 지급 기준에 맞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였던 학생도 장학금을 받을 길이 열리게 된다. 다만 학업 의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최소한의 성적 기준을 두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잘사는 집 학생들이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 대학에 들어온 뒤 장학금까지 휩쓰는 게 현실”이라며 “정말 필요한 학생에게 맞춤 지원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관련기사 8면

강창욱 박세환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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