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이 열린 결과는 ‘참담’했다. 박우홍(동산방 대표) 한국화랑협회 회장 체제가 들어선 후 처음 개최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이하 키아프) 얘기다. 제14회 키아프가 6일간 일정을 종료한 11일 오후 주최 측은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성공적인 폐막’이라는 게 골자다. 관람객 5만2000여명, 작품 거래액 180여억원이며 우수고객(VIP) 우대정책 및 전시공간 변화로 호평을 받은 덕분이라는 자화자찬이었다.
하지만 통계를 보면 이는 침소봉대를 넘은 호도(糊塗)다. 화랑협회가 공식 집계한 지난해 관람객은 8만8000여명, 작품 거래액은 230억원이었다. 관람객은 40% 곤두박질쳤고, 거래액은 20% 급감했다. 화랑협회 관계자는 “관행처럼 해오던 실적 부풀리기를 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11일 찾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 행사장 공기가 썰렁한 건 비 탓만은 아닌 듯했다. 화랑들은 지난해보다 발길이 줄었고 판매도 부진했다고 울상을 지었다. 반타작이라는 곳도 상당수였다. 하나같이 주최 측이 치적으로 내세운 새 정책을 성토했다. VIP와 일반 관객을 차별화해 관람시간대를 오전, 오후로 달리한 시도에 대해서다. 프리뷰에서는 VIP마저도 골드VIP와 일반VIP로 나눠 개방시간을 구분했다. 아시아 미술 허브로 뜨는 홍콩 바젤 아트페어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A화랑 대표는 “위화감만 조성하고 완전 실패작”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일반 관람권을 들고 왔다가 출입구에서 제지당한 단골 고객이 ‘벌을 세우는 거냐’고 항의하는 통에 애먹었다”고 말했다. 주최 측이 새 고객을 창출하지 않고, 기존 화랑 고객을 임의로 등급을 나눠 초청장을 보내라고 해 자신들만 애꿎게 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B화랑 대표는 “컬렉터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아서 VIP라고 대접하면 오히려 나서길 꺼려 하더라”며 “VIP 관람 시간대는 정말 전시장이 휑했다”고 전했다. 홍콩 바젤 아트페어 참가 경험이 있는 메이저 화랑 대표는 “전 세계 컬렉터가 몰려오는 홍콩의 정책을 그대로 베낀 것이 문제”라며 “우리는 컬렉터 풀이 작아서 고객 등급화가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글·사진=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줌인! 문화] KIAF, 섣부른 VIP 우대?… 아트페어 관객·매출 ‘뚝’
입력 2015-10-13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