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이 당시 머무르고 싸웠던 남해안 일대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이순신 마케팅’에 혈안이 돼 있다.
지난해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영화 ‘명량’을 통해 이순신 장군이 재조명되면서 관련 유적이 있는 지자체마다 앞다퉈 관광상품화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가 보여주기식 졸속 복원인데다 비슷한 사업에 중복 투자도 많아 막대한 예산 낭비만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2일 남해안 지자체 등에 따르면 전라좌수영의 본거지인 전남 여수시는 거북선을 만든 본영 선소와 돌산 방답진 선소, 여천 선소 등 3곳에 대해 2017년까지 10억원을 들여 선소 공원화 사업과 거북선 체험장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 삼도수군통제영과 전라좌수영 동헌 복원 사업은 2022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순천시는 호남지역에서 유일한 왜성인 순천왜성에 28억원을 투입해 일부 복원 사업을 마쳤다. 순천시는 왜성의 성곽을 복원키 위해 토지매입비로 80억원이나 지출했다. 순천시는 오는 2025년까지 200억원 이상을 들여 왜성과 함께 인근의 검단산성, 충무사 등과 연계한 임란전적지 복원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고흥군은 역사체험관 건립, 이순신 장군 전승 탐방사업, 이순신 평화공원 조성, 백의종군로 개설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보성군은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에 다시 임명된 후 선조에게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今臣戰船 尙有十二)”라는 장계를 올린 곳으로 알려진 열선루(列仙樓)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복원 사업비로 무려 90억원이나 예산을 편성했다.
이순신 장군의 최후 격전지인 경남 하동군 노량해협의 ‘구노량 해안마을’은 사업비 42억원을 투입해 217m구간의 해안데크로드, 해양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공원 5곳, 광장 2곳, 전망대 3곳 등을 설치하는 ‘아름다운 해양관광명소’ 조성 사업이 진행중이다.
통영시는 408억원을 들여 항남동 일대 8960㎡부지에 이순신광장과 상징 조형물 등을 조성하는 한산대첩 병선마당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87%의 공정률을 보이지만, 조형물 설치사업 불공정, 토지보상비 과다 지출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경남도는 김태호 지사 시절인 2007년 이순신 장군을 세계적인 관광문화콘텐츠로 만들기 위해 28개 사업에 총 1590억원을 투입하는 ‘이순신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곳곳서 부작용이 발생했다.
경남도는 2008년 40억원을 들여 거북선과 판옥석 1척씩을 복원하기로 했으나 제작업체가 국내산 소나무 대신 수입산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고, 결국 20억원에 물새는 거북선과 판옥선을 1척씩 얻은 것이 전부다.
도는 또 2008∼2009년엔 거제시 하청면 칠천도 일원 해저 2∼12m 뻘 속에서 거북선 파편을 찾는 사업을 펼쳤으나 아무런 성과없이 사업비 12억원만 날렸다.
창원·여수=이영재 김영균 기자 yj3119@kmib.co.kr
남해안 지자체마다 ‘이순신 사업’ 열풍… 졸속 복원·중복투자 예산 낭비 우려
입력 2015-10-13 02:17 수정 2015-10-13 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