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월급으론 베이징서 아이 못 키워”… 사법개혁에 법복 벗는 중국 판사들

입력 2015-10-13 02:36
중국이 사법개혁을 실시한 이후에 오히려 법복을 벗는 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가 12일 보도했다. 이런저런 간섭과 함께 늘어나는 업무 부담, 그리고 박봉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의 경우 올 들어 스스로 그만둔 판사가 50명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판사 86명을 포함해 사법공무원 105명이 법원을 떠났다. 이는 2013년 대비 90% 증가한 수치다.

베이징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베이징고급인민법원 무핑 원장은 최근 “베이징에서 5년 사이 퇴직한 판사가 500명이 넘는다”면서 인력 유출의 심각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지난 5월 항소제도 개선을 통해 사전 승인 없이 누구나 항소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재판 건수가 폭증하고 있다. 지난해 새로 문을 연 베이징 지적재산권 법원의 장잉 판사는 “지난해 60건의 재판을 처리했지만 올해는 벌써 50건을 처리했다”면서 “소송 숫자가 상상 이상이어서 판결의 정확도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장 판사는 주임판사라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베이징 지재권 법원의 전체 25명의 판사는 지난 8월 20일까지 모두 6595건의 재판을 맡았다. 1인당 263건 정도다.

여기에 판결에 불만을 품은 소송 당사자의 시위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늘면서 신변 불안을 호소하는 법조인도 늘고 있다.

책임은 느는데 보상은 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사법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법관과 검찰이 한 번 처리한 사건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게 하는 ‘종신 책임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 판사는 “취지는 동의하지만 너무 가혹하다”면서 “판사도 사람인데 실수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퇴직했다는 다른 판사는 “한 달에 월급이 5000위안(약 90만원)이 안 됐다”면서 “베이징에서 이 돈으로 두 아이를 키우기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판사들의 불만에 대해 최고인민법원 사법개혁 담당 허샤오룽 주임은 “개혁과정에서 생기는 고통은 일시적인 것”이라며 “긴 안목으로 사법개혁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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