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국정’ 대신 ‘올바른 교과서’… ‘作名’ 고심한 정부

입력 2015-10-13 02:37

‘단일 교과서’ ‘통합 교과서’ ‘균형 교과서’ ‘바른 교과서’…. 국정 교과서란 용어의 어감이 안 좋다며 이 같은 새 이름을 놓고 고심하던 정부가 결국 국정 역사 교과서를 ‘올바른 교과서’라고 부르기로 했다.

교과서 작명(作名)에 많은 노력을 들였다는 사실은 국정화에 뒤따를 사회적 논쟁이 그만큼 치열할 것임을 말해준다. 이를 여론전(戰)으로 돌파하겠다는 정부의 의중도 담겨 있다. 학계에서는 “그럼 정부가 그동안 통과시킨 검정 교과서는 ‘올바르지 못한 교과서’란 말이냐”고 반박했다.

교육부는 12일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고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균형 잡힌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한 교과서’란 뜻에서 국정 역사 교과서를 ‘올바른 역사 교과서’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여당이 강조했던 ‘객관적 사실’ ‘헌법적 가치’ ‘균형’이 모두 들어간 이름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민이 알기 쉽게 명명했다”고 설명했다.

발행체제에 따른 교과서 명칭은 국정·검정·인정·자유발행의 4가지뿐이다. 그중 정부가 직접 편찬·발행하는 교과서를 가리키는 법적 용어가 국정 교과서다. 이 ‘국정’이란 표현에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자 정부와 여당은 그동안 ‘작명의 정치학’을 고심해 왔다.

교실에서 가르치는 역사는 하나라는 취지의 ‘단일 교과서’가 물망에 오르는가 싶더니,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자는 뜻의 ‘통합 교과서’가 떠올랐다. 이어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차원에서 ‘균형 교과서’와 ‘바른 교과서’란 이름이 등장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올바른 교과서’로 확정됐다.

반대편에 선 야당과 역사학계, 교육계는 가치중립적 표현을 앞세워 본질을 흐리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장은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니까 국정 교과서라는 법이 정한 용어를 두고 이상한 신조어를 만들어냈다”며 “권력이 ‘올바른 역사’를 정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이 담긴 용어”라고 꼬집었다.

서울의 한 고교 역사교사 신모(42·여)씨는 “2016년까지 현행 검정 교과서로 수업을 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그릇된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전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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