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배달대행업체 알바 위한 산재 대책 서둘러야

입력 2015-10-13 00:58
최근 급증하고 있는 배달대행 애플리케이션(앱) 회사에서 일하는 배달원은 근로자가 아니므로 산업재해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 판결의 요지는 원고인 배달대행앱 운영자의 변칙적 고용 방식을 근거로 교통사고를 낸 배달원이 업체로부터 직접적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배달앱 종사자는 특수형태근로(특고) 종사자에 가깝다고 봤다. 따라서 산재보험 가입 의무가 없는 앱 운영자는 배달원에 대한 재해 보상액을 강제 징수하려던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배달앱의 영업행태를 보면 판결 취지에도 일리가 있다. 배달원은 업체 프로그램에 올라온 배달신청 가운데 골라서 수락할 수 있고, 수입은 보통 배달 건수에 비례해 산정된다. 정해진 출퇴근시간이 없고, 배달 요청을 거절해도 제재가 없었다는 점도 재판부가 앱 운영자와 배달원이 종속적 관계가 아니라고 판단한 근거다. 배달앱들은 주로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있지만 대부분 그들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산재보험도 가입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같은 피자를 배달해도 프랜차이즈점에서 일하면 산재보험 적용을 받고, 배달앱에서는 못 받는다면 차별이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최근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배달대행앱과 청소년 종사자들이 급증해 산재를 예방할 유인과 보상 대책이 시급하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이 안전보건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매년 배달 아르바이트 청소년 500여명이 배달 중 교통사고로 다치고 10여명이 죽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재로 인정된 것이 이 정도이니까 실제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배달직 종사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관련 법 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2008년 도입된 특고 산재보험 특례가입제도에도 불구하고 특고 종사자의 산재보험 가입은 지지부진하다. 보험료를 사업주만이 아니라 종사자도 내게 돼 있는 데다 종사자가 산재 ‘적용제외’ 신청을 하면 사용자의 산재보험 가입 의무를 면제하도록 돼 있는 특례조항 탓이다. 특례조항을 폐지해 특고 사업자의 산재보험 가입률을 높이고, 가입 대상사업을 확대하는 쪽으로 법을 고쳐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