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영웅’ 백선엽(95·사진) 장군이 국방대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다. 국방대는 13일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백 장군에게 명예 군사학 박사학위를 수여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예비역 대장인 백 장군은 6·25전쟁 당시 밀물처럼 내려오던 북한군을 꺾고 국군이 공세로 전환하는 계기가 된 ‘다부동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웠다. 그가 이끄는 1사단은 미 1군단과 함께 낙동강까지 후퇴한 상태에서 다부동 전투에 투입됐다. 병사들은 이틀간 굶은 상태였고 압도적인 전력으로 다가오는 북한군 위세에 눌려 무단이탈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그러나 백 장군은 “나라가 망하기 직전인데 우리가 이럴 순 없다. 나를 따르라,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쏴도 좋다”고 독려해 승리를 이끌어냈다. 평양탈환작전에도 참여했던 그는 휴전회담 시 남한 측 대표를 맡았다.
백 장군은 아흔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손수 강의를 할 정도로 건강했다. 최근에는 노환으로 귀가 어두워져 전화통화는 수행비서를 통해야 가능했다. 그러나 요즘도 매일 오전 8시30분 용산 전쟁기념관에 있는 사무실에 출근해 독서도 하고 찾아오는 손님도 맞는다고 한다.
올해로 창설 60주년을 맞은 국방대학교는 전 생애를 통해 국가발전과 군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후학들의 충분한 귀감이 된다고 판단해 백 장군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백 장군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예군인들을 길러내는 국방대학교에서 수여하는 상이어서 더욱 뜻깊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어 “이 학위는 내게 주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대한민국을 적의 위협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국군과 유엔군을 대표해 받는 것”이라고 했다. 또 “그래야 6·25전쟁에 참전했던 그들이 모두 뿌듯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1955년 창설된 국방대학교는 지난 60년간 국방부 장관 14명과 차관 8명, 합참의장 12명과 각 군 참모총장 36명을 배출한 최고의 안보교육 및 연구기관이다.
정부 고위공무원과 민간단체 간부들, 대령급 이상 군인들이 함께 교육받는 ‘안보과정’을 통해 민·군 간 가교 역할도 했다. 외국군 장교들 교육에도 힘써 2015년 현재까지 22개국 102명의 고위 장교들이 거쳐 갔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명예 군사학 박사학위 받는 95세 백선엽 장군 “국가에 헌신한 전우들 대표로 받는 상”
입력 2015-10-13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