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무관부 암호장비 도난, 관계자들은 대체 뭐했나

입력 2015-10-13 00:58
해외 한 국가에 파견된 국방과학연구소(ADD) 현지 사무소에서 비밀문서 송수신용 암호장비가 도난당했으나 그 사실조차 수개월 동안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장비는 전 세계 한국대사관 무관부에 설치돼 운용되는 것으로, 본국과 문서 송수신을 할 때 평문을 암호로 바꿔주는 기계다. 암호장비는 분실되면 암호 체계를 전면 바꿔야 할 정도로 민감한 장비다.

그런데도 관련 당국은 장기간 장비가 없어졌는지 몰랐고, 게다가 도난 시점과 경위에 대해서도 1년이 지나도록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도난 사실조차 은폐하고 유야무야 처리했다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우선 이 장비를 마지막으로 쓴 시점은 지난해 6월 3일이다. 이후 4개월 동안 사용하지 않다 그해 10월 14일 오전에 없어진 사실을 알았다. 무려 4개월 동안 없어진 사실조차 몰랐던 것이다. 정말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 장비가 꼭 필요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해당 사무실에 이 장비가 설치된 것은 2011년 10월이고 그 이후 사용된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6월 3일 사용한 것도 테스트였다. 그다지 필요도 없는 민감한 암호장비를 설치만 해놓은 것이다.

관련 당국은 이번 건을 분실 사건으로 규정하고 관련자를 징계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이 장비를 사용하는 해외무관부 사무실은 45곳이다. 분실 보고 후 6일 만에 사용 중지했고 올 2월까지 순차적으로 모두 교체했다고 하나 그 사이 송수신한 기밀이 새나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해외 대사관에는 보안을 수시로 점검하고 예방해야 할 정부 기관이 함께 파견돼 있음에도 사건 발생을 수개월 동안 몰랐다는 점이다. 지금은 우방들끼리도 감청과 비밀공작을 하는 시대다. 보안 및 방첩은 해외 근무자가 최우선으로 가져야 할 자세다. 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한 점검과 엄중한 대책이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