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 중 하나는 존립에 어려움을 겪는 한계기업을 시급히 정리하는 것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기업 비중이 2010년 24.7%에서 올 1분기 34.9%로 급증할 만큼 국내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 환경은 심각하다. 그나마 사정이 비교적 괜찮다는 국내 30대 그룹도 계열사 3곳 중 1곳꼴로 부채 비율이 지나치게 높거나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는 등 재무구조에 문제가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4 회계연도 개별 감사 보고서 기준 30대 그룹 계열사 1050곳 중 완전자본잠식 상태 계열사와 부채 비율이 200%가 넘는 계열사가 326곳으로 전체의 31%에 달했다.
특히 전체 기업 빚의 규모는 가계부채의 2배를 웃도는 2347조원이나 될 정도로 엄청나다. 지금처럼 대내외적으로 경영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방치하면 부실기업들의 연쇄 도산이 금융권 부실 확대, 건실한 기업 위기 초래, 나아가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위기 도미노’로 번질 수 있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 하반기 최대 과제가 한계기업 구조조정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오히려 금융권에 압력을 행사해 퇴출돼야 할 기업들을 연명케 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앞으로 정치권까지 본격적으로 자금난에 처한 지역 기업 살리기에 나설 것이 예상되면서 구조조정은 갈수록 난관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계기업 정리를 진두지휘해 적극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다행스럽다. 최 부총리는 10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가 열린 페루 리마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너무 지지부진하다”며 “중요한 의사결정은 내가 주관하는 서별관 회의에 가져와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서별관 회의는 ‘경제 사령탑’들 모임의 별칭으로 사실상 한국 경제정책의 방향을 조율하고 결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모임이다.
문제는 성과다. 최 부총리의 말대로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과 함께 분명한 소신과 결단을 가져야 한다. 정치권으로 돌아가는 본인의 입장을 고려해 좌고우면하다가는 한국경제에 감당할 수 없는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겠다. 청와대 책무 역시 막중하다. 이 사안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는 결의를 다져야 한다. 청와대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없으면 제대로 된 결과를 얻기 어렵다. 정부는 한계기업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시기를 놓치면 할 수도 없고, 해봤자 효과가 적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아야겠다.
[사설] 한계기업 솎아내지 못하면 개혁은 실종되고 말 것
입력 2015-10-13 0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