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온’ 개발사업에 혈세 756억 샜다…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나

입력 2015-10-13 02:04

17년간 9조여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인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사진) 개발사업에 수백억원의 혈세가 낭비된 것으로 12일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방위사업청은 자체 감사 결과도 무시한 채 비리를 묵인하다 검찰수사까지 받게 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방사청은 2006년 수리온 개발과정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기술개발을 총괄토록 하는 등 22개 국내외 업체와 기술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KAI는 다른 21개 업체의 개발투자금을 자체 투자한 것처럼 원가계산서를 허위로 만든 뒤 방사청으로부터 230억원을 받아냈다. 또 원천기술을 보유한 외국 업체에 기술 이전비를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317억원을 받는 등 모두 547억원을 부당하게 지급받았다. 감사원은 방사청이 자체 감사에서도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를 무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방사청 담당 직원 2명에 대해 정직 처분을 통보하고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계약 체결 예정인 기술이전비 1136억원마저 같은 방식으로 계약할 경우 추가로 243억원의 부당이익을 KAI에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수리온의 동력전달장치 국산화 과정에서도 혈세는 줄줄 샜다. 방사청은 국산화에 실패한 업체에 대해서도 정부출연금 156억원을 환수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개발에 참여한 국내 업체와 해외 업체 사이에 이견이 생기면서 개발완료 시까지 국산화 이행률은 고작 33%에 머문 것으로 드러났다.

대규모 사업마다 빠지지 않는 용역비리도 드러났다. KAI가 외주업체로부터 개발 인력을 지원받는 과정에서 KAI 직원이 처남 등과 공모해 외주업체를 설립한 뒤 인건비 단가를 부풀려 53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미국 정부와 기술이전을 협의하지도 않고 엔진제어장치 소프트웨어 설계를 추진하다가 정작 미국이 기술 이전을 불허하는 바람에 18억원을 허공에 날리기도 했다. 수리온 사업은 노후한 군 기동헬기를 한국형 기동헬기로 대체하는 사업으로 2006년부터 17년간 9조900억원을 쏟아붓는 대형 사업이다. 2010년 1차 양산을 시작해 30대를 전력화한 상태다.

이와 별도로 감사원은 ‘취약분야 방산비리 기동점검’을 통해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의 국내 개발 과정에서도 270억여원의 혈세가 낭비된 사실을 밝혀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