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그일라의 골고다

입력 2015-10-13 00:11

다윗은 사울에게 쫓기는 어려운 처지에 있었습니다. 그러다 그일라의 백성들이 블레셋에게 약탈당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자기도 힘든 형편이었기 때문에 먼저 하나님께 묻습니다. 응답은 받았지만 따르는 무리들이 반대했습니다. 현재의 불안한 상황에서 어떻게 그일라를 위해 싸우겠느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윗은 그일라 거민을 구하려는 마음에 다시 한 번 하나님의 뜻을 묻습니다. 그리고 후에 블레셋을 치고 그일라 거민들을 구원했습니다.

쉽지 않은 결단이었습니다. 하지만 빼앗겼던 재물과 포로들을 그일라 거민의 손에 다시 되돌려주었을 때 다윗의 무리들 마음에 보람과 기쁨이 가득했을 것입니다. 누구보다 크게 기뻐한 사람들은 그일라 거민들이었습니다. 수고해서 얻은 재산과 부녀, 아이들을 빼앗긴 슬픔에 넋을 잃고 하나님까지 원망했을 텐데 예상도 못했던 다윗의 무리가 와서 모든 것을 회복시켜 주었으니 말입니다. 그 은혜와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크게 감사하며 다윗의 무리에게 최고의 환대를 베풀었을 게 당연합니다.

이 소식이 사울 왕에게 알려졌습니다. 사울 왕은 ‘다윗이 성에 머물게 되었으니 군대로 성곽을 둘러싸기만 하면 쉽게 잡겠다’며 작전을 준비했습니다. 사울의 이런 움직임을 인지한 다윗은 제사장을 통해 하나님께 묻습니다. ‘소문대로 사울 왕이 올 것인지’와 ‘사울 왕이 성읍을 둘러싸면 그일라 거민들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를 물었습니다. 하나님은 ‘사울이 올 것이고 오면 그일라 사람들이 다윗을 내어줄 것’이라는 답을 주셨습니다.

충격적인 응답이었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싸워 구원한 성읍에서 백성들의 배반이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슬펐을 것입니다. 깊은 시름과 번민의 밤을 보낸 후 다윗과 그의 사람 600여명은 조용히 그일라를 떠납니다. 파고드는 배신감을 물리치기가 쉽지 않았겠지만 고통당하는 자기 백성을 구원하려 했던 처음 마음만 붙든 것입니다. 자기가 구원한 그일라 백성들이 또다시 포악한 사울 왕 때문에 고통스러운 갈등 상황에 처하지 않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성읍의 생존을 위해 다윗을 버릴 수밖에 없는 그일라 거민들을 이해하고 도리어 그런 그들을 위해 조용히 성을 빠져나가는 다윗의 모습에서 골고다의 주님을 떠올립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께서는 온 세상의 저주를 자기 몸으로 감당하기 위해 골고다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셨습니다. 사람들은 이해하지도 못하는 길, 도리어 비난하고 조롱하는 그 십자가 고난의 길, 바로 그들을 위해 기꺼이 걸으셨습니다. 그 골고다의 십자가가 세상 구원의 능력이 되었습니다.

성도들은 고통받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있는 곳, 꼭 주님의 구원을 나타내야 하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쓰라린 배신의 아픔을 경험하고 떠날 수도 있는 곳, 바로 그곳 그일라를 향하고 십자가 앞에 엎드리는 성도들이길 소망합니다.

박용민 광주 예람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