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논쟁-‘수능 영어 절대평가 전환’이래서 찬성] 불필요한 서열경쟁 사라지고 교육본질로 돌아갈 기회

입력 2015-10-14 02:33
김성훈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지난달 30일 김두용 교육부 대입제도과장이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회의실에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기본계획에 대해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8학년도 수능 기본계획에는 영어 절대평가 도입 방안이 포함됐다. 연합뉴스
현재 고교 1학년생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2018학년도부터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뀐다. 9등급제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원점수 100점 만점에 1등급은 100∼90점, 2등급은 89∼80점으로 10점 차이로 등급이 달라진다. 수능 영어가 2015학년도 난이도로 출제될 경우 상위 16%까지 1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응시자 60만명 중 9만명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영어 절대평가를 찬성하는 쪽은 사교육비 부담이 줄고 학교 영어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입시 위주의 영어교육에서 탈피해 말하기, 쓰기, 듣기 위주의 실용적인 영어교육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반기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영어에 대한 지나친 과잉·중복투자를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반대하는 쪽은 사교육이 수학과 국어 등 다른 과목으로 전가되는 이른바 ‘풍선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고등부 영어 사교육 시장은 위축되겠지만 영어는 중학교에서 끝내고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수학에 집중하려는 학부모들 탓에 중학교 영어 사교육 시장은 오히려 커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2013년 교육부 조사를 보면 국민이 부담한 사교육비의 65%를 영어(34%·6조3000억원)와 수학(31%·5조8000억원)이 차지했다. 또 영어 변별력 약화를 핑계로 대학들이 별도의 시험을 실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이래서 찬성

2018학년도부터 시행하려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절대평가는 촘촘한 표준점수나 백분위로 서열 정보를 제공하는 대신 몇 개의 등급으로 교육목표 달성에 관한 절대적 판단 정보를 제공하려는 새 정책이다. 예컨대 석차 백분위가 79%에 해당해도 교육과정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면 최상위 절대 등급인 1등급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새 정책은 학교교육 본질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부담되는 시도인 만큼 우리 사회의 미래 역량을 시험하게 될 것이다.

수능은 선발기능을 목적으로 하지만 학교교육의 본질적 기능을 도외시할 수 없다. 수능이 교육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직접적이고 크다. 수능이 최상위 수준의 학생들까지 정교하게 변별하면 할수록 그들은 교육과정 수준을 넘어선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대수능이 학교교육 정상화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함을 뜻한다.

절대평가는 서열 정보 대신 교육목표 달성에 관한 절대적 판단 정보를 제공하며, 누구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 그러므로 새 정책은 교육과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경쟁보다는 협동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으며, 최상위 학생들의 교육과정을 넘어선 경쟁이 불필요해질 수 있다.

새 정책은 만만찮은 비판을 접해야 하는 진정 부담되는 시도이다. 비판은 첫째 사교육비, 둘째 학교현장의 준비, 셋째 교과 간 형평성 등에 관련된 것들이다.

첫째, 사교육비 관련 비판은 영어과목만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영어 사교육비가 다른 영역 사교육비로 전가되는 풍선효과를 초래하고, 결국 사교육비 총액은 불변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은 사회구조적 특징에 기인하는 대입경쟁이 제도를 어떻게 바꾸든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전제할 때 설득력을 지닌다. 그러나 풍선효과를 허용하더라도 최상위 학생들이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경쟁에 드는 사교육비는 절감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학교 현장의 준비 관련 비판은 대학의 학생선발의 어려움과 고등학교의 진학지도의 어려움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의 본고사 부활에 대한 우려도 생긴다. 그러나 학교교육정상화법이 작동하는 현재 그 우려는 별로 심각하지 않다. 심각한 것은 학생선발이나 진로지도상의 현실적 어려움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는 경우로 자칫 절대평가가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하나의 시행착오로 기록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행인 것은 과거에 우리는 대수능 등급만으로도 대입 선발을 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대학은 입학사정관제 하에서 학생부 활용 역량을 키워 왔다는 점이다.

셋째, 교과 간 형평성 관련 비판은 수능 준비를 위한 사교육비는 수학 비중이 더 크며, 영어 수업의 파행을 우려한다. 전자는 선택의 문제로서 부차적이지만 경청할 필요가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후자로서 교육의 본질에 해당한다. 이 문제는 다른 영역도 절대평가를 전제할 때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새 정책은 우리 사회의 미래 대비 역량의 시험대이다. 가속적 변화를 특징으로 하는 미래 세계에 들어선 지구촌의 각국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교육개혁에 박차를 가한다. 그들은 공히 집단창의력 신장에 가용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미래를 만들고자 한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 또한 마찬가지다.

그 정책은 학교교육과정 개정과 성취수준 평가 등과 함께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갈 과업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 과업은 분할점수 결정방법이나 등급의 수 등과 같은 기술적 문제 외에 다른 과목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사회적 저항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등과 같은 복잡한 문제들을 포함한다. 문제가 많고 복잡할수록 여건을 기다리기보다는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모두의 역량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의 역량은 교육경쟁력으로 검증될 것으로 본다.

김성훈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