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40) 카 체이스의 추억

입력 2015-10-13 00:23
영화 ‘불리트’ 포스터

‘카 체이스(car chase)’-자동차 추격전. 웬만한 액션영화에는 빠지지 않는 단골 양념이다. 빠른 속도감에 현란한 곡예운전 등 묘기 백태(百態)가 전해주는 스릴감, 그리고 거기에 거의 반드시 부수되는 파괴의 장관까지 짜릿한 흥분과 쾌감을 느끼게 해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카 체이스 하면 떠오르는 영화들은 따로 있다. 카 체이스의 고전 격인 영화들. 우선 ‘불리트(Bullitt·1968)’ ‘킹 오브 쿨(King of Cool)’ 스티브 매퀸이 주연한 범죄 드라마지만 영화 자체보다 10분 남짓 포함된 카 체이스 시퀀스로 당당히 영화사에 기록된다. 이 영화를 기점으로 할리우드의 카 체이스 장면이 근본적·혁명적으로 바뀌었다.

불리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게 ‘프렌치 커넥션(French Connection·1971)’이다. 윌리엄 프리드킨이 연출해 아카데미 감독상, 작품상, 남우주연상(진 해크먼)을 휩쓴 이 영화의 카 체이스가 불리트보다 더 나아갔다고 한 이유는 이렇다.

종래 카 체이스는 제한된 공간(외따로 떨어진 고속도로나 한산한 시골길), 아니면 특정한 시간(불리트처럼 차량과 행인이 뜸한 일요일 오전)에 일어나는 것으로 설정돼 있었으나 이 영화에서는 전철을 타고 도주하는 용의자를 쫓는 주인공의 자동차가 평일 대낮에 고가 철도 아래 오가는 차량과 행인들 사이를 뚫고 질주한다.

이 두 영화의 카 체이스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은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한 눈속임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 같은 컴퓨터 기술이 없기도 했지만 출연배우와 스턴트맨들의 목숨을 건 투혼과 스태프들의 투철한 장인정신이 없었으면 만들어질 수 없는 장면들이었다.

사족-불리트의 자동차는 포드 머스탱 GT, 프렌치 커넥션의 차는 GM 폰티액 르망이었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