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다시 ‘국정 한국사’… 시행까지 험로 예고

입력 2015-10-12 03:09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역사 교과서 바로잡기’ 당정협의에서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오른쪽)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김지훈 기자

2017년 중·고등학교 신입생부터 ‘통합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게 된다. 2011년 검정 교과서로 바뀌고 나서 6년 만에 국정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뜨거운 논란 끝에 교육부가 국정화로 키를 돌렸지만 미래 유권자 선점을 위한 진보·보수 진영의 ‘역사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의지, 결국 통했다=전쟁의 서막이 오른 것은 2013년 6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였다. 취임 4개월 차에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은 “교육현장에서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검정제 개선 의지를 보였다. 한 여론조사에서 6·25전쟁을 ‘북침’이라고 답한 고등학생이 많았다는 사실이 계기가 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론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8월 국회 인사청문회부터 “역사는 국가가 책임지고 한 가지로 가르쳐야 한다”며 국정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지난해 8∼9월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에 관한 토론회를 두 차례 열었다. 올해 4월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진행한 역사 교과서 발행 체제에 대한 여론조사가 6개월 만에 공개되기도 했다. 1만명이 참여한 설문에서 48.6%는 국정제를, 48.1%는 검정제를 찬성할 정도로 팽팽했다.

올해 8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불을 붙이면서 국정화에 추진력이 붙었다.

◇발행 어떻게 이뤄지나=교육부는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 확정 고시를 마치고 교과서 집필을 산하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에 위탁할 계획이다. 국사편찬위원회는 대학교수, 교사, 역사 전문가 가운데 집필진을 공모해 필요할 경우 적임자를 초빙하기로 했다. 논란의 핵이 되는 이념적 편향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보수, 진보, 중도를 아우르는 학자들로 집필진을 구성하고 1년 이상 충분한 집필 기간을 가질 계획이다. 교육부는 역사학계를 비롯해 학부모, 교육·국어·헌법학자 등 각 분야 전문가를 모아 교과서의 수정과 보완에 관여하는 편찬심의회도 구성할 예정이다.

다만 2017년 시행까지 넘어야 할 문턱이 많다. 당장 국사편찬위원회가 교과서 연구·집필진을 꾸리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등 일부 전문가들이 국정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연구·집필진을 구성하더라도 진보와 보수 학자 사이에 무게를 맞추기 쉽지 않다.

서술 내용을 두고 치열한 논쟁도 예상된다. 대한민국 건국,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평가, 북한에 대한 시각 등에서 갈등이 불가피하다. 학교 현장에서 얼마나 환영받을지도 미지수다. 국정 교과서에 반대하는 교사들이 있는 만큼 교실에서 참고자료를 통해 역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소개할 수 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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