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교회 협력 얻으려면? 이슬람권 선교는? 의료선교사들 사역정보 나누고 헌신 다짐…

입력 2015-10-12 00:05
제14차 의료선교대회 참석자들이 지난 8일 경기도 성남 만나교회에서 대회 구호를 외치며 의료선교를 향한 헌신을 다짐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 제공
지난 9일 경기도 성남 만나교회에서 열린 의료선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의료선교 단체의 홍보전시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 제공
지구촌에서 가난과 자연재해, 전쟁, 정치 불안정 등의 이유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인구는 10억명에 달한다. 땅끝까지 찾아가 이들의 몸과 영혼을 돌보는 의료선교는 그래서 여전히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 의료선교사의 사명을 돌아보고, 사역 현장의 지혜와 정보를 나누며 헌신을 다짐하는 행사가 열렸다. ‘너는 나를 따르라’는 주제로 지난 8일부터 사흘간 경기도 성남 만나교회(김병삼 목사)에서 진행된 제14차 의료선교대회다. 이번 대회에는 해외에서 사역 중인 선교사 170명을 포함해 의료진과 학생 등 1300여명이 참석했다.

◇현지 교회·사역자와의 협력 점점 중요해져=주제 강연자로 나선 폴 벤더 새뮤얼 전 인터서브 총재는 두 차례 특강을 통해 의료선교 역시 예수님을 사역의 중심에 둘 때 바로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서아프리카 선교 경험 등을 토대로 의료선교가 봉착한 현실을 진단했다. 그는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아랍,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에서 크리스천 NGO 활동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며 “복음을 전할 뿐 아니라 전체주의나 독재에 반대하며 자신들의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서 의료선교를 할 때 현지 교회나 사역자들과의 협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뮤얼 전 총재는 “선교지에서 협력이 어려운 건 내가 더 잘한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선교는 우리가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것으로 모든 지배력을 내가 아니라 하나님께 내드릴 때 진정한 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병삼(만나교회) 이규현(수영로교회) 화종부(남서울교회) 이재훈(온누리교회) 목사도 각각 설교를 통해 의료선교사들의 헌신을 격려했다.

◇무슬림 선교 위해선 온건하게 복음 전해야=의료선교지의 상당수는 이슬람 국가들이다. 행사 첫날 열린 ‘비정상 선교회담’에선 중동 등 이슬람 국가에서 사역한 전문가들이 무슬림 선교의 경험을 소개하며 솔직한 생각을 나눴다. 한 중동국가에서 치과의료사역을 했던 이스데반 선교사는 “무슬림은 폭력적이고 전쟁만 한다거나 심지어 우리의 적이라고까지 생각하는데, 이는 단면만 봐서 그렇다”며 “제가 그곳에서 만난 무슬림의 90%는 평범하고 순박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이슬람밖에 알지 못한 그들도 만나 보면 사랑에 굶주린 영혼들”이라며 “한국에 와 있는 무슬림을 만나서 그들의 생각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터키에서 사역했던 김성운 고신대 교수는 “공포 분위기나 편견을 조성하는 것은 무슬림에게 복음을 전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된다”며 “우리의 정체성은 포기하지 않으면서 그들의 마음을 열고 온건하게 나아가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극단적 테러로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이슬람국가(IS)와 관련해선 무슬림들 사이에서도 이들 때문에 이슬람의 본모습을 다시 보게 됐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올 정도로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네트워킹으로 효율적 선교전략 모색=이번 대회는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내실 있게 진행됐다. 의료선교대회가 시작된 지 28년 만에 처음으로 조별 모임을 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선교사 한 명을 중심으로 의사 간호사 등의 의료진과 학생들이 7∼8명씩 한 조를 이뤄 모두 75개조를 만들었다. 대회장을 맡은 박상은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장은 “조별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2년 뒤 열리는 선교대회까지 조별 모임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조장들 네트워크를 통해 조별 진행상황과 인적 변화 등을 점검하고 파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선 의료선교사 네트워크는 물론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등 준의료인들의 네트워크인 기독보건의료인동역회도 출범했다. 이로써 의료선교 분야의 다양한 인재풀을 확보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셈이다.

강의와 별도로 30여개 의료선교단체들이 홍보 부스를 설치해 참석자들에게 사역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또 둘째 날 펼쳐진 선택강의에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 사역자들이 북한과 중동권 등 사역지별 의료선교 모델과 선교 노하우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성남=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