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구장에서 11일 열린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 승부처는 5회였다.
두산은 2-2로 맞선 5회말 1사 만루의 기회를 맞았다. 타석에 선 오재원은 넥센 투수 손승락의 공을 쳤지만 중견수 플라이가 됐다. 3루 주자 김현수가 홈으로 들어오기에는 짧은 거리였다. 하지만 김현수는 홈으로 전력 질주했다. 중견수 이택근이 던진 공은 정확하게 포수 박동원에게 향했다. 타이밍상 아웃이었다. 그런데 김현수와 박동원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충돌했다. 박동원은 공을 놓쳤고, 두산은 귀중한 1점을 얻었다. 이 점수가 결승점이 돼 두산은 3대 2로 승리했다.
투혼을 발휘한 김현수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두산 벤치는 7회초 수비 때 왼쪽 발목과 무릎에 부상을 입은 김현수를 장민석으로 교체했다.
반면 넥센은 아쉬웠다. 박동원이 공을 제대로 잡고 있었다면 충분히 반격을 노릴 기회를 만들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박동원은 1-2로 끌려가던 3회초 선두 타자로 나와 동점 솔로포를 날리며 두 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했다. 하지만 5회말 제대로 공을 잡지 못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며 빛이 바랬다.
넥센은 또 투수들이 볼넷을 남발하며 자멸했다. 안타 수에선 7-6으로 앞섰지만 사사구를 무려 6개나 내줬다. 선발 라이언 피어밴드가 1회말 안타 없이 볼넷 세 개와 몸에 맞는 볼 하나로 1실점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1, 2차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한 두산은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추가하면 2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된다. 이에 반해 넥센은 한 경기만 패하면 가을야구 무대를 떠나야하는 낭떠러지로 내몰렸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투수들이 잘해줬다. 장원준이 잘 던졌고, 승리조들도 잘 막아줬다”면서 “빨리 끝내는 게 목표다. 이기고 있거나 지고 있을 때도 똑같이 경기 운영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우리는 타격의 팀인데 타격 실마리가 안 풀리면서 어렵게 가고 있다”면서 “(홈구장인) 목동으로 가서 다시 넥센다운 야구로 재정비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두산 선발 장원준은 6이닝을 6피안타 2실점으로 막고 포스트시즌 첫 선발승을 거두는 기쁨을 맛봤다. 1차전 승리투수였던 마무리 이현승은 1⅓이닝을 무안타로 막으며 팀 승리를 지켜 세이브를 거뒀다.
전날 부진으로 3번에서 6번으로 밀린 민병헌은 2타수 2안타, 2볼넷, 1타점으로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민병헌은 “1차전에는 위축됐지만 2차전에서는 자신감 있게 타석에 섰다”며 “마음가짐을 바꾸고 훈련으로 기술적인 단점을 보완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목동에서도 좋은 분위기를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은 13일 목동구장에서 오후 6시 30분에 열린다. 선발은 둘 다 좌완 에이스인 유희관(두산)과 앤디 밴헤켄(넥센)이 출격한다.
모규엽 황인호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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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12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