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중인 며느리 몰래 손녀 빼돌린 친할머니 ‘무죄’

입력 2015-10-12 02:32
이혼 소송을 밟고 있는 며느리가 돌보던 손녀를 몰래 아들이 있는 미국으로 데려간 할머니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를 받았다.

11일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미국 영주권자로 국내에 머물던 A씨(59·여)는 지난해 5월 강원도 춘천에서 당시 다섯 살이던 손녀 B양을 만났다. 그의 아들과 며느리 C씨는 이혼소송 중이었다. 아이는 C씨와 그의 친정어머니가 돌보고 있었다.

A씨는 사돈에게 “손녀에게 점심을 먹이고 다시 데려다 주겠다”고 하고선 곧장 B양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후 딸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 C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CCTV를 추적한 끝에 B양이 할머니 A씨 손에 이끌려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간 사실이 확인됐다.

이 일로 A씨는 ‘국외이송약취’ 혐의로 입건됐다. 국외이송약취란 폭행이나 협박, 감금 또는 그에 준하는 불법적 힘을 사용해 사람을 외국으로 데려가는 행위를 말한다. 유죄가 인정되면 2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진다.

검찰은 A씨가 거짓말까지 하며 B양을 외국으로 데려가 보호자들과 떼어놓아 B양의 보호·양육 상태를 침해했다고 보고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심우용)는 “A씨가 불법적인 힘을 사용했다고 볼 수 없고, 그에게 이끌려 미국으로 간 B양의 이익이 침해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