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코스닥 기업 글로벌 콘퍼런스’] “한국의 바이오·화장품 주시”

입력 2015-10-12 02:14
지난 7일 홍콩 콘래드호텔에서 코스닥 상장기업 글로벌 콘퍼런스가 열렸다. 진단시약 전문 업체 엑세스바이오 관계자가 현지 기관투자가에게 사업 전망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한류 덕분에 중국 기업들에 한국의 바이오·헬스케어나 화장품, K팝에 관해 말만 하면 만나자고 한다. 이미 관련 한국 업체에 투자를 해놓고 추가 투자처를 찾는 경우도 있다.”

지난 7일 홍콩에서 만난 김성수 현대증권 홍콩법인장이 전해준 현지 시장 분위기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기업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관심도 많아졌다는 얘기다. 김 법인장에 따르면 한 중국 기업은 “중국에서 만들면 수출이 안 되지만 ‘한국 것’이라면 된다”며 한국 화장품 업체에 대한 인수·합병(M&A)을 타진하고 있다.

한국의 유망 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난 5일 싱가포르, 7일 홍콩에서 열린 ‘2015 코스닥 상장기업 글로벌 콘퍼런스’에서도 확연히 느껴졌다. 한국거래소가 매년 개최하는 이 행사는 코스닥 상장 기업들이 해외 기관투자가들을 일대일로 만나 기업을 자세히 알리고 투자를 유도하는 자리다. 올해는 디티앤씨, 비츠로셀, 엑세스바이오, 오로라월드, 크레듀 등 12개사가 참여했다. 콘퍼런스는 원형테이블이 있는 방 여러 곳에서 코스닥 상장사 경영진과 외국 기관의 투자담당자가 1시간씩 면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고경영자(CEO)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풀타임으로 미팅을 소화하느라 녹초가 됐다.

싱가포르 콘퍼런스에 참여한 핌(Pheim)자산운용의 투자담당자 주궈쥔은 “이곳 애널리스트들이 커버하지 못하는 기업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은 기회”라며 한국시장에 대해 “경제는 안 좋지만 개별 스몰캡(코스닥 중소형주)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화장품과 바이오 업종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정보기술(IT) 업종은 중국·일본과의 경쟁이 심하지만, 한국의 바이오·화장품 업종은 그런 면이 덜하고 성장성이 좋다”고 평가했다.

리튬 일차전지를 생산하는 비츠로셀의 장승국 대표는 “올해 시가총액이 2000억원 근처까지 올라가 해외 투자설명회(IR)에 나설 타이밍이 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행사에서 만난 투자자들은 지금 유가 하락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설비)의 국내 확산 정도는 어떤지 등 다양하고도 구체적인 질문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전기가 들어가는 제품에 대한 시험인증을 하는 업체인 디티앤씨 박채규 회장은 “한 대형 투자자문사가 한국에 한번 오겠다고 하는 등 해외 기관들의 관심이 많은 것 같아서 이런 해외 IR 행사를 자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싱가포르·홍콩 현지 법인장들은 “매년 코스닥시장에 새로 상장한 기업들만 모아서 설명회를 하는 것도 이곳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며 해외 IR 기회를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거래소는 코스닥시장에 대한 투자 저변 확대를 위해 해외 기관 대상 국내외 콘퍼런스를 지속적으로 열 계획이다.

김재준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지나치게 큰) 코스닥시장에서 현재 외국인 보유 비중이 10%대 초반인데 이것이 20%대로 올라가고 기관 비중도 10%대로 커지면 시장의 모양이 제대로 갖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스닥 상장 대기 물량 중 더블유게임즈(11월 초 상장 예정)처럼 시총이 상당히 큰 기업들이 상장되면 투자 유인을 많이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홍콩, 싱가포르=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