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 열병식에서 절제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남북관계에도 훈풍이 불 조짐이다.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됐던 핵·미사일 시험도 당분간 없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향후 남북은 물론 북·중, 북·미 관계 개선까지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통일부는 11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종합평가’를 공개하고,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무력과시보다는 경축 분위기 조성에 보다 중점을 둔 것으로 평가했다. 열병식을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국제사회에 퍼진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김정은 제1비서는 열병식 연설에서 ‘핵’이라는 표현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경제·핵 병진노선’이라는 기존 용어가 아닌 ‘경제·국방 병진노선’을 사용하는 등 ‘핵’이라는 말을 의식적으로 피했다. 군사력을 자랑하면서도 ‘세계적 군사강국’ ‘불패의 군력’이라는 표현만 썼다. 다만 핵물질 마크가 새겨진 ‘핵 가방’,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노출해 우회적으로 핵능력을 과시했을 뿐이다.
이외에도 대외 메시지와 관련해 북한이 ‘수위 조절’을 한 흔적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보도되는 조선중앙TV를 통해서는 자극적 용어를 자제한 반면, 북한 내부에 방송되는 조선중앙방송에서는 ‘연평도 도발자들에게 무자비한 불소나기로 힘 있게 과시한 포병중대’ ‘서울과 대전, 부산으로 폭풍쳐 내달려’ ‘적의 아성을 불바다로’ 등의 과격하고 호전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어쨌든 상황을 나쁜 방향으로 끌고 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본다”며 “남북관계 또한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뉘앙스가 읽힌다. 이산가족 상봉 등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봐서는 리스크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말 남북관계에 드리웠던 ‘창건일 리스크’는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창건일을 전후해 전략적 도발을 감행, ‘8·25합의’로 도출된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오는 16일 한·미 정상회담과 20일 이산가족 상봉을 전후한 전략적 도발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지면서 남북관계에도 ‘청신호’가 켜진 셈이 됐다.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는 남북 민간교류는 물론, 당국 간 회담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카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은 여전히 동북아 정세에 위협 요소가 될 전망이다.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조금이라도 드러냈다는 징후는 전혀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통상적으로 북한이 3년 주기로 전략적 도발을 감행해왔다는 점을 미뤄볼 때 올해 말과 내년 초 사이 핵·미사일 실험이 실시될 가능성도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北 노동당 70년 열병식] ‘10·10 리스크’ 해소… 남북관계에 훈풍 청신호
입력 2015-10-12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