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실시되는 20대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대로 300명으로 하는 것 외에 선거 룰과 관련해 여야 간에 합의가 이뤄진 게 없다. 이러다 20대 총선이 유권자에게 ‘묻지마 투표’를 강제하는 최악의 깜깜이 선거로 치러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선거구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농어촌 지역구 현행 유지를,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 축소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문제는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고서는 양당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데 있다.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의원 정수 유지는 여야의 합의사항일 뿐 아니라 정치권이 국민에게 한 약속이기도 하다. 의원 정수 확대는 시간을 갖고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다뤄야 할 사안이지 졸속으로 추진할 문제는 아니다. 여야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얼토당토않은 명분을 내세워 의원 정수 확대를 시도한다면 여론의 호된 역풍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활동 또한 실망스럽다. 지금까지 활동을 보면 독립적 기구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정치권 눈치를 살피느라 국회 제출 시한을 이틀 남겨둔 11일까지도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했다. “곧 내놓겠다”며 말을 바꾼 게 몇 번인지 모르겠다. 이럴 거였다면 굳이 선거구획정위를 만들 필요가 있었나 싶다.
국회 밖에 선거구획정위를 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게리맨더링 방지에 있다. 하지만 선거구획정위는 거꾸로 가고 있다. 현행법의 ‘자치구·시·군 분할 금지’ 조항에 대한 예외규정을 확대하려 하기 때문이다. 농어촌 지역구 축소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하나 자치구·시·군을 분할해 선거구를 만드는 게리맨더링 선거구는 민의를 왜곡시키기 때문에 없애지는 못할망정 늘려서는 안 된다.
공천 룰도 서둘러 확정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새누리당대로, 새정치연합은 새정치연합대로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이 심각해 자칫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오는 12월 15일까지도 공천 방식이 확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유권자의 인내도 한계가 있다.
[사설] 최악의 ‘깜깜이 선거’를 만들 작정인가
입력 2015-10-12 0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