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노동당 70년 열병식] 北·中 혈맹관계 복원?… 김정은·류윈산 나란히 사열

입력 2015-10-12 02:15

냉랭했던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급격히 뜨거워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공산당 서열 5위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과 북한의 환대가 이어지면서 향후 고위급 왕래 재개와 경제협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를 보여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창건일 하루 전인 9일 축전을 보냈고, 류 상무위원 편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북한도 환대로 화답했다. 김 제1비서는 류 상무위원이 도착한 날 바로 면담을 했고, 이튿날 열병식에서는 김 제1비서 바로 왼쪽에 자리를 내줬다. 류 상무위원은 김 제1비서와의 면담에 앞서 최룡해 노동당 비서와 사전 조율을 했고, 열병식 참석 후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도 만났다.

베이징 외교가와 전문가들은 북·중 관계 복원을 위한 양국의 노력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동북아 문제 전문가인 가오하이콴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은 북한과의 안정적인 양자 관계가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특히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고도로 중시해 왔다. 경제성장을 위해 노력 중인 북한 역시 ‘최대 후원국’인 중국이 내미는 손을 언제까지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앞으로 양국은 고위급 교류 재개와 지지부진했던 경제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등 다방면적인 협력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류 상무위원은 김영남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김 제1비서와의 회담 내용을 거론하며 “양측의 전통적 우의를 계승·추진하는 것에 대해 의견들을 교환했고 광범위한 합의를 달성했다”고 밝혔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관계 개선은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동안 북한은 중국이 자국 헌법에까지 명시한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강한 불만을 가져왔다. 여기에 중국이 과거 혈맹 관계였던 북한을 무시하고 한국에 경도돼 있다는 불만도 컸다. 중국이 거듭 내미는 손을 북한이 거부했던 이유다. 이번 류 상무위원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 경시론에 대한 불만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특히 연내 김 제1비서의 방중이 이뤄진다면 양국 관계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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