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배달대행업체 알바 고교생 “근로자로 볼 수 없다”… “산재 보상 불인정” 판결

입력 2015-10-12 02:43
배달대행업체 소속 배달 아르바이트생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산업재해 보상 등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차행전)는 배달대행업체 운영자 P씨가 “재해보상액 강제 징수를 취소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P씨는 지역 음식점들로부터 월 10만원의 이용료를 받고 배달대행 서비스를 제공했다. 가맹점이 스마트폰의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배달을 요청하면 근처에 있는 배달원이 이를 수락하는 식이다. 배달원들은 고정급 대신 건당 2500∼4500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고등학생이던 K군은 주중에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주말에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 이 업체 소속으로 일했다. 그런데 2013년 11월 저녁 오토바이로 배달하던 중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와 충돌해 척수가 손상됐다.

근로복지공단은 K군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요양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산업재해보상보험을 들지 않은 P씨에게 보상액의 50%를 징수하겠다고 통보했다. P씨는 ‘K군은 근로자가 아니었다’며 청구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업체 배달원들이 가맹점의 배달 요청을 골라서 수락할 수 있었다는 점을 중요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배달 요청을 거절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던 만큼 P씨와 K군이 ‘임금을 매개로 한 종속적 관계’가 아니었다는 해석이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고 결근을 해도 상관없었던 점 등도 감안했다. 재판부는 “K군이 업무 과정에서 P씨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