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노동당 70년 열병식] 300㎜ 신형 방사포 첫 공개… 깜짝 신무기 없었다

입력 2015-10-12 02:14
북한의 300㎜ 신형 방사포(KN-9)가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행진하고 있다.교도연합뉴스
2013년 공개 당시 뾰족했던 탄두 모양을 둥글게 개량한 북한의 KN-08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 처음 공개됐다. 교도연합뉴스
북한군 여군 부대원들이 완전군장을 갖춘 상태로 열병식에 참가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집총 경례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빨간색 원안)이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인 10일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김 제1비서가 연설하는 와중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 부부장은 열병식 행사를 직접 관장하고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북한은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이던 지난 10일 예상대로 사상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열었다. 정부는 이번 열병식에서 군인 2만명, 주민 13만명 등 총 15만명이 동원된 것으로 보고 있다. 관심을 모았던 ‘깜짝’ 신무기 공개는 없었다. 기존에 선보였던 미사일을 “다종화·소형화된 핵탄두를 탑재한 로켓”이라고 소개한 게 전부다. 향후 대외관계 개선을 고려해 북한이 수위 조절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열병식은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10일 오후 3시(북한 시간 2시30분)부터 2시간30여분간 진행됐다. 통상 북한의 열병식은 오전 10시쯤 시작하지만 이날은 평양에 내린 비로 5시간가량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은 육·해·공군과 노농적위군 열병식, 군중시위(민간 퍼레이드) 행사 등을 실황 중계했다.

열병식에서 가장 처음 등장한 부대는 ‘김일성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황토색 군복의 항일 빨치산 기마부대였다. 이어 6·25전쟁에 참전했다 숨진 항일 빨치산 출신 사단장 최춘국이 이끌던 부대와 서울에 처음 진입한 근위서울류경수 105탱크여단 등 당시 북한군 복장을 한 군인들이 등장했다. 특히 북한군 내에서는 이미 도태된 것으로 알려진 옛 소련제 T-34 탱크가 눈길을 끌었다. T-34는 6·25전쟁 당시 북한의 주력전차였다.

하늘에서는 전투기들이 편대를 짜 낫과 망치, 붓으로 상징되는 노동당 마크 및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상징하는 숫자 ‘70’을 그리는 등 기념비행을 했다. 대동강변에선 예포가 발사됐다. 본격적인 열병식에 앞서 ‘미녀 의장대’가 긴 군도를 들고 칼춤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눈길을 끈 무기는 탄두 형태가 바뀐 KN-08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300㎜ 신형 방사포(KN-9)뿐이었다. 기존에 우리 군 당국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무기체계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5월 북한이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도 공개되지 않았다.

KN-08은 2012년 4월 김일성 100회 생일 기념 열병식 때 처음 공개된 미사일이다. 사거리가 1만2000여㎞로 미국 본토를 타격 가능할 것으로 추정됐다. 처음 공개됐을 당시 탄두 형태는 뾰족한 모양이었지만 이번에는 둥근 형태로 바뀐 모델이 등장했다. 이 때문에 중국 언론에서는 북한이 다탄두미사일(MIRV)을 개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조선중앙방송은 장거리 미사일이 지나가는 장면에서 “다종화되고 소형화된 핵탄두들을 탑재한 위력한 전략 로켓들이 연이어 나갑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탄두에 고성능 폭약을 더 채웠는지, 아니면 핵탄두 소형화를 염두에 둔 것인지는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300㎜ 방사포는 2013년 5월 북한이 동해상에 6발을 시험 발사하면서 처음 존재가 드러난 무기지만 그 실물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사거리가 200여㎞에 달해 우리 육·해·공군 본부가 자리 잡은 대전 계룡대까지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열병식에 선보였던 ‘핵배낭’ 부대도 또다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에는 핵배낭 부대가 군용 트럭에 탑승한 채였지만 이번에는 배낭을 앞으로 메고 걸어서 주석단 앞을 지났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