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게임에는 와일드카드라는 패가 있다. 자유패나 만능패를 뜻한다. 통상적으로 조커가 와일드카드다. 포커에서 하트 3, 4, 5, 6과 조커를 가지고 있다면 조커를 7로 간주해 스트레이트 플래시를 완성할 수 있다. 이런 뜻이 확장돼 와일드카드는 흔히 ‘예측할 수 없는 요인’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와일드카드라는 말은 스포츠에서 더욱 많이 쓰인다. 통상적으로 출전 자격을 따내지 못했지만 특별히 출전이 허용되는 선수나 팀을 일컫는다. 올림픽 축구는 만 23세 이하로 출전 선수의 연령이 제한돼 있다. 하지만 팀당 24세 이상 선수 3명씩의 출전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때 이 선수들을 와일드카드라고 부른다. 골프나 테니스에선 대회 출전 자격이 없지만 대회 조직위원회 등의 추천으로 본선에 나서는 선수가 와일드카드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미국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다.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산하 각 3개 지구의 2위 팀 가운데 승률이 가장 높은 팀에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주는 것이다. 와일드카드는 지구 1위인 3개 팀과 함께 5전3선승제의 디비전시리즈를 치른다.
메이저리그에선 와일드카드로 우승까지 하는 사례가 가끔 있다. 약한 전력이지만 똘똘 뭉쳐 ‘가을의 기적’을 만들어 팬들을 열광케 했다. 지난해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나란히 와일드카드로 나와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었다.
올해부터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와일드카드가 생겼다. 5위도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지난주 사상 첫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렸다. 다만 와일드카드였던 SK 와이번스가 패하며 더 이상 가을무대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사람들은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것에 통쾌해 한다. 스포츠에선 의외의 팀이 정신력으로 강팀을 쓰러트리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스포츠의 백미 중 하나다. 내년 가을에는 와일드카드를 더 오래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규엽 차장 hirte@kmib.co.kr
[한마당-모규엽] 와일드카드
입력 2015-10-12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