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단숨에 훅 갔다. 설악산 첫눈소식도 들린다. 계절의 변화는 느리게 이어지다가도 어느 순간 그야말로 확 돌아선다. 시대가 바뀌는 것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9일 국민일보가 창간 27주년을 기념해 주최한 모임 ‘다음세대! 우리의 희망, 우리의 고민’이 열렸다. 다음세대란 말 그대로 지금세대를 이어갈 세대다. 미래를 짊어져야 할 다음세대는 당연히 우리의 희망이지만 지금 그들이 위기에 처해 있어서 우리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는 문제가 그날의 주제였다.
모임의 주 대상은 한국교회였으나 주제의식을 한국사회 전체로 확장 적용해도 될 법하다. 한국교회는 압축경제성장기 내내 폭발적인 팽창을 경험했지만 최근 들어 젊은층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교회학교는 거의 빈사상태다. 다음세대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주 강사 중 한 사람인 세계적인 선교전략가 루이스 부시 박사는 지금세대가 다음세대를 위해 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세가 출애굽을 리드했지만 실제로 가나안땅으로 들어간 이들은 여호수아 등 몇몇을 빼면 다음세대뿐이었다고 강조했다. 지금세대가 다음세대를 위한 밑거름이 돼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쉽지 않은 과제다.
한국사회 역시 ‘화려한 과거, 엉거주춤한 현재, 불안한 미래’란 틀 위에 놓였다. 산업화·민주화세대는 공업화와 민주주의를 직접 이룩해 의기양양인데 20·30세대는 실업과 경쟁주의에 일방적으로 내몰려 있다. 중장년층은 다음세대를 미더워하지 못하고 청년층은 좌절로 욱여쌈을 당하면서 결국 모든 세대의 미래는 불안에 빠지고 말았다.
청년층의 문제를 지금세대가 풀어내지 못하면 한국사회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요즘 노동개혁이 최우선 과제로 제기되고는 있지만 현상만을 짚어서는 제대로 된 대안을 마련하기 어렵다.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희망펀드도 정공법은 아니다. 최우선순위에 놓아야 할 정책과제를 부차적이고 시혜적인 논리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다음세대와 관련해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다. 다음세대 모임 다음날인 10일 북한은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세워 대대적인 군사 퍼레이드를 벌였다. 2만명의 군대가 참여하고 100만명의 시위대가 도열한 그 모습은 참담할 뿐이었다. 굶주림 속에서도 1조 수천억원을 그런 전쟁 타령에 허비하는 것을 다음세대는 어떻게 보았을까.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 교수는 지난 6월 방한 강연에서 자신의 생전에 남북통일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유인즉슨 주변국들이 한반도 통일을 썩 바라지 않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북한이 통일을 원하지 않으며 한국에서조차 통일의 절실함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통일 인식은 절박하다기보다 대충 당연론에 매몰돼 있다.
지금세대의 통일인식을 새롭게 하지 않는 이상 한반도의 특수성, 통일의 필요성과 이후의 비전 등이 다음세대에 전해질 리 만무하다. 지난해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은 일시적으로 통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사실이나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통일 이슈가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상관없는 식으로 거론돼서는 안 된다.
지난 정부의 통일항아리나 현 정부의 청년희망펀드가 미심쩍은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주머닛돈을 내게 해서 뭔가 했다는 보여주기식 착각은 이제 그만 두자. 교회는 교회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다음세대 이슈가 모든 계획과 예산에서 최우선순위가 될 때 비로소 다음세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기도가 필요하면 기도하고 정책과 예산이 요청되면 적극 지원해야 우리의 미래는 희망으로 피어날 것이다. 시대는 그래야 훅 바뀐다.
조용래 편집인 jubilee@kmib.co.kr
[조용래 칼럼] 다음세대는 우리의 희망이라야
입력 2015-10-12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