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이 코앞인데 한 발짝도 못 나간 획정위… 또 농어촌 의석수 대립

입력 2015-10-10 02:31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가 9일 새벽까지 11시간가량 이어진 ‘마라톤 회의’에서도 선거구 획정 기준을 확정하지 못했다. 농어촌 지역대표성 확보 방안을 두고 여야 추천 획정위원들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렸기 때문이다. 획정위가 여야 ‘대리전’을 벌이면서 오는 13일인 획정 기준 법적 제출시한을 맞추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획정위는 9일 보도자료를 내고 “(8일 회의에서) 지역선거구 수 ‘246석’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다시 한 번 치밀하게 분석하고 논의했으며, 자치구·시·군 일부 분할의 예외적 허용 여부도 논의를 계속했다”며 “(그럼에도) 농어촌 지역 배려 방안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획정위원들의 의견이 ‘반쪽’으로 갈라진 이유는 결국 ‘어떤 지역이 혜택을 보느냐’였던 것으로 보인다. 농어촌 지역 배려 차원에서 강원·경북·전남에 배분될 의석수를 두고 ‘힘겨루기’가 계속됐다는 뜻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자치구·시·군을 분할하지 않고서도 현행 지역구 의석(246석)을 유지한 상황에서 최대 4석의 ‘조커’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이 4석을 어느 지역에 배분할지를 놓고 획정위원들 간에 다시 한번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구 인구수 상·하한을 조절하는 문제는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자치구·시·군의 일부 분할 문제도 획정위원 간 이견이 여전히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획정위는 선거구 획정 과정에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반영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독립기구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획정위가 여야의 셈법에 이끌려 합의에 또 실패하면서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양상이다.

상황에 이렇게 된 데에는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다. 여야는 선거구 획정 기준 관련 물밑 조율 중이지만 아직도 이견을 보이며 농어촌 지역대표성 확보 방안 논의를 공개적으로 시작하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역구 의석수를 현행 246석으로 고정하면서도 줄어드는 농어촌 지역구를 9석에서 4∼5석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중심으로 다양한 안을 검토 중이다. 지역구 의석수를 3석 안팎으로 늘리는 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의원정수를 303석 정도로 늘리거나 비례대표 의석수를 3석가량 줄여야 한다. 새누리당은 “의원정수를 유지한 상태에서 지역구 의석수만 259석으로 증가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어 여야 합의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