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 행사를 역대 최대 규모로 치를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별도의 정책 변화 발표 없이 축제 분위기 속에서 행사를 치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열병식 및 각종 선전을 통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선대의 흔적을 지우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본인만의 색깔을 분명히 할 것은 확실해 보인다.
김 제1비서는 2012년 김 주석의 100회 생일을 맞아 처음으로 육성 연설을 했다. 이를 시작으로, 이듬해인 2013년과 지난해 육성 신년사를 방송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김 제1비서가 이번에도 육성 연설을 선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김 제1비서가 지난 4일 노동신문에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논문을 발표했기 때문에 육성 연설이 생략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열병식 행사장 주석단도 관심 대상이다.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주석단 위치에 큰 관심이 쏠렸던 것처럼, 사회주의 국가 행사에서 주석단은 참석자들의 ‘서열’을 나타낸다.
북한 또한 각종 행사에서 주석단 중앙에 김 제1비서를 배치하며, 각 간부들은 공식 권력서열에 따라 자리를 채운다. 이번 행사가 노동당의 행사인 만큼,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보다는 노동당의 핵심인 정치국이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정치국 상무위원인 김 제1비서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정치국 위원인 최룡해·최태복·강석주·김기남 당비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평소 김 제1비서가 군 간부들의 계급을 수시로 승진하거나 강등한다는 점을 봤을 때, 군 간부들의 계급 변화도 관심 대상이다.
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라고는 해도 열병식의 주역은 다름 아닌 북한군이다. 미국의 북한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평양 미림비행장 일대에 열병식 준비에 참여하는 병력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천막이 800여개로 늘어났다. 38노스의 조지프 버뮤데스 연구원은 “지난 5월부터 병력과 장비들이 미림비행장에 도착하기 시작했다”며 “지난 6일 위성사진을 통해 수많은 병력이 시가행진 대형으로 집결하고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위성사진에는 포착되지 않았지만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 북한이 자랑하는 비대칭 전력이 열병식에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깜짝’ 신무기가 나오거나 2013년 열병식 때처럼 ‘핵 배낭’ 같은 기상천외한 무기체계가 공개될 수도 있다.
행사에 참석하는 해외 대표단 중 가장 ‘거물급’ 인사는 중국 권력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다. 당초 그가 북한에서 사흘 정도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9일 평양에 도착해 나흘 동안 머물 것이라고 보도했다.
류 상무위원이 김 제1비서와의 면담을 가질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메시지가 전달될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류윈산 동지는 조선(북한)의 주요 지도자들과 회견할 것”이라고 말해 김 제1비서와 류 상무위원의 회동을 시사했다. 최근 한·미 양국이 중국 측에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여러 차례 촉구한 점을 미뤄봤을 때 핵·미사일 문제가 논의될 개연성도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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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10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