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한다. 이를 계기로 집권 4년차를 맞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마이웨이’ 행보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김 제1비서가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그늘’ 속에 머물러 있었다면, 창건 기념일을 기점으로 ‘김정은표 북한’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김 제1비서는 김 위원장 체제의 유산과 동거해 왔다고 볼 수 있다”면서 “집권 4년차와 당 창건 70돌을 맞아 정치·경제·대외관계 등에서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김 제1비서는 ‘핵·경제 병진 노선’ ‘민생 행보’ 등 독자적인 정책을 펼친 바 있다. 그동안은 이런 정책들이 다소 파편적으로 이뤄졌던 측면이 없지 않았다. 당 창건 기념일 이후에는 보다 더 체계적인 자신만의 정책 노선을 분명히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 제1비서가 지난 4일 당 창건 70주년 기념 논문을 공개한 것도 이런 점에서 시사점이 있다. 과거 사회주의권 국가 지도자들은 탁월한 정치적 영도자로서의 능력을 과시함과 동시에 사상가적 풍모를 함께 강조해 왔다. 김 제1비서 또한 자신만의 ‘통치 이데올로기’를 구상 중일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은 열병식 주석단의 인원 배치를 통해 ‘김정일의 사람’이 아닌 ‘김정은의 사람’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또 핵무기와 장거리 탄도미사일, 방사포 등 남한보다 우세한 각종 비대칭 전력을 열병식에 등장시켜 김 제1비서의 ‘핵·경제 병진 노선’ 성공을 대내외에 과시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2013년 이후 최악이었던 북·중 관계에도 훈풍이 불 조짐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김 제1비서에게 보내는 축전에서 “중·조(북·중)의 우의에는 찬란한 전통이 있다”고 강조하며 “우의를 지키고 다지고 발전시켜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데 적극적이고 건설적 역할을 담당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김정은 제1서기 동지는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지(遺志)를 계승했다”면서 선대의 ‘유훈’을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지난 1일 중국 국경절에 북한이 단 두 줄짜리 축전을 보낸 것과 달리 시 주석의 축전은 한자 350여자로 이뤄졌다. 북·중 관계 개선에 대한 중국의 강력한 의지를 밝히는 동시에, 우회적으로 비핵화를 촉구한 것으로도 읽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이슈분석] ‘김정은 왕국’ 굳히기 나선다… 오늘 黨 창건 70주년 홀로서기 본격화
입력 2015-10-10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