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의 모래바람은 예상 외로 거셌다. 하지만 ‘슈틸리케호’는 흔들리지 않고 ‘늪축구’로 참착하게 쿠웨이트를 상대해 1대 0 승리를 거뒀다. 전방에선 구자철(26·아우크스부르크), 중원에서는 기성용(26·스완지시티)이 제 몫을 다한 덕분이었다.
9일(한국시간) 쿠웨이트시티 국립경기장에서 끝난 한국과 쿠웨이트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4차전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구자철이었다. 전반 12분 박주호가 페널티지역 좌측에서 올린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해 결승골을 뽑아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손흥민(23·토트넘) 대신 구자철을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장시켰다. 그러면서 구자철에게 측면과 중앙을 마음대로 누빌 수 있는 ‘자유’를 줬다. 구자철은 왼쪽 측면에서 뛰다가 중앙 미드필더처럼 움직이며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지난 3월 27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 이후 6개월여 만에 A매치 골 맛까지 봤다.
2012 런던올림픽 이후 주춤했던 구자철은 경기 후 “나 자신에게 점수를 매기지는 않는다”며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쏟아내려 했고, 90분 동안 체력적으로 모든 것을 다 쏟아냈다”고 활짝 웃었다.
구자철의 골이 터진 후 경기 흐름은 오히려 쿠웨이트 쪽으로 넘어갔다. 흔들리던 한국의 중심을 잡아 준 선수는 ‘주장’ 기성용이었다. 4-2-3-1 포메이션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기성용은 공격보다 팀의 공수 조율에 치중했다. 또 정교한 패스로 볼 점유율을 높였다.
한국은 4연승으로 승점 12점을 획득해 G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조 1위에게만 주어지는 최종예선 직행 티켓을 손에 넣을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 ‘슈틸리케호’는 10일 귀국해 1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자메이카와 평가전을 치른다.
한편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은 이날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7분 지언학(21·알코르콘)의 결승골과 전반 27분 연제민(22·수원 삼성)의 추가골을 앞세워 2대 0 완승을 거뒀다. 선발 출전한 지언학, 류승우(22·레버쿠젠)와 최경록(20·상파울리), 황희찬(19·FC리퍼링), 박인혁(20·FSV프랑크푸르트) 등 5명의 유럽파는 뛰어난 기량과 투지로 신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슈틸리케호, 쿠웨이트 원정 1대 0 승… 구자철·기성용, 역시 ‘늪축구’ 중심
입력 2015-10-10 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