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지던츠컵] 배상문-대니 리, 짜릿한 역전극

입력 2015-10-10 02:13
2015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한 인터내셔널팀 제이슨 데이(오른쪽)가 9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 둘째 날 포볼 매치 14번홀에서 짝을 이룬 애덤 스콧과 퍼팅 라인을 읽던 중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생각에 빠져 있다(왼쪽 사진). 미국팀의 조던 스피스(왼쪽 두 번째)와 더스틴 존슨(왼쪽 세 번째)이 15번홀에서 루이 우스트히즌-브랜든 그레이스 조에 일찌감치 패한 뒤 실망한 표정으로 애니 버렛(오른쪽 두 번째·스피스의 여자친구), 폴리나 그레츠키(오른쪽 세 번째·존슨 약혼녀) 등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배상문이 끝내기 버디쇼를 펼치며 인터내셔널팀 대반격의 선봉에 섰다.

배상문은 9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열린 2015 프레지던츠컵 둘째 날 포볼 매치에서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와 한조가 돼 18번홀(파5)에서 극적인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미국팀 리키 파울러-지미 워커 조를 물리치고 승점 1을 보탰다. 이로써 배상문은 자신을 믿고 추천한 닉 프라이스(짐바브웨) 단장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세계랭킹 88위인 배상문은 이 대회 코스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높이 평가한 프라이스 단장에 의해 추천 선수로 뽑혔다. 전날 5개 포섬 매치에서 1승4패로 뒤졌던 인터내셔널팀은 이날 3승1무1패를 거두며 승점 1점차(이틀 합계 4.5 대 5.5)로 추격했다. 두 팀은 10일 각각 4개조씩 포섬(오전)과 포볼(오후) 매치를 벌인 뒤 최종일인 11일 12명 전원이 나서는 싱글 매치로 우승팀을 가린다. 배상문은 10일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와 조를 이뤄 미국의 빌 하스-맷 쿠처와 포섬 경기를 펼친 뒤 포볼 경기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홈 코스의 이점 살린 배상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던 배상문은 2013년과 2014년 이 코스에서 열린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해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제집처럼 코스를 훤히 알고 있는 것은 그의 큰 자산이었다. 그러나 역시 2013년 코오롱 한국오픈 우승 등 국내 무대에서 강했던 파울러를 앞세운 미국에 초반에는 끌려갔다.

포볼 매치는 2명이 한조가 돼 각자 자신의 볼을 친 뒤 좋은 성적을 그 홀의 스코어로 매기는 게임. 파울러가 2·3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배상문-대니 리는 2홀차로 끌려갔다. 하지만 9번홀을 파로 막아 1홀로 따라붙은 배상문은 10번홀에서 40야드 플롭샷을 홀컵에 집어넣어 버디를 기록, 극적인 올스퀘어를 만들었다. 이후 17번홀까지 팽팽했던 승부는 결국 18번홀에서 갈렸다. 세컨드샷을 그린 뒤쪽으로 넘겨 버린 배상문은 세 번째 샷을 홀컵 3.6m 지점에 붙였고, 상대팀 워커의 비슷한 거리의 버디 퍼팅이 빗나간 뒤 시도한 버디 퍼팅을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귀중한 승점을 기록한 배상문은 “중요한 퍼팅이었는데 열띤 응원에 힘입어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이틀 더 경기가 남았으니 최선을 다해 팀 승리에 기여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인터내셔널팀은 남아공 출신 루이 우스트히즌과 브랜든 그레이스 조가 조던 스피스와 더스틴 존슨이 짝을 이룬 미국에 4홀차 완승을 거뒀다. 전날 승리에 이어 필승조임을 과시한 셈이다. 또 찰 슈워젤(남아공)-통차이 자이디(태국) 조도 빌 하스-크리스 커크 조에 1홀을 남기고 2홀차로 이겨 승점을 보탰다. 하지만 마크 레시먼과 스티븐 보디치(이상 호주)는 버바 왓슨-J.B 홈스에 패했다.

#필 미컬슨의 볼 바꿔치기 실수와 환상의 벙커샷 이글

미국팀 리더 필 미컬슨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미컬슨은 7번홀(파5)에서 이전 홀까지 쓰던 볼과 다른 볼을 쳤다. 티샷 후 그는 제이 하스 단장에게 ‘원볼(one ball)’ 규정을 물어봤고 하스 단장이 경기위원에게 질의한 결과 실격 처리됐다. 규칙상 선수는 같은 브랜드의 같은 모델 볼을 끝까지 써야한다. 미컬슨의 이같은 반칙에 대해 경기위원회는 ‘1홀 패배 추가’라는 페널티를 나중에 부과했다.

하지만 미컬슨은 12번홀(파4) 페어웨이 벙커에서 두 번째 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어 이글로 실수를 만회했다. 미컬슨과 잭 존슨 조는 1홀을 앞선 채 18홀을 마쳤지만 페널티로 받은 ‘1홀 패배’로 인해 프라이스 단장이 필승카드로 내세운 제이슨 데이-애덤 스콧 조와 비겼다.

미컬슨은 전날 포섬 경기에서도 13번홀(파3) 그린 사이드 벙커에서 친 세컨드 샷을 홀로 집어넣으며 버디를 잡아 팀 승리를 견인했다. 그의 행운은 14번홀에서도 이어졌다. 원온을 노리고 친 드라이버샷이 그린 왼쪽 갤러리쪽으로 날아갔지만 갤러리를 맞고 페어웨이쪽으로 떨어졌다. 미컬슨은 갤러리에 다가가 악수로 미안함을 표시했다. 대회 창설 후 11회 연속 개근한 그는 전날에 이어 또 다시 승점(무승부로 0.5점)을 추가하면서 자신의 역대 대회 최다 승점 기록을 27점으로 늘렸다.

인천=서완석 체육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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