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國定) 전환 문제를 놓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전면전을 선포한 배경에는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이 자리 잡고 있다. ‘보수 대 진보’로 양분되는 이번 싸움이 여야 지지층을 각각 결집시키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또 피 말리는 집안싸움을 벌여온 여야 모두 당내 계파별 이해관계를 떠난 ‘이념 문제’에 집중함으로써 내분을 가라앉히는 소득을 챙길 수 있다.
새누리당은 ‘역사 바로 세우기’ 전선을 구축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카드를 검토하는 등 국정화 총력 저지에 나섰다.
◇여야 모두 지지층 결집 효과 기대=새누리당으로선 이번 이슈를 통해 50대 이상의 ‘고정 지지층’을 더욱 단단하게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공천 룰’을 둘러싼 친박(친박근혜) 대 비박(비박근혜) 간 갈등도 잦아들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9일 “총선 이후 (국정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여론이 우리한테 불리하지는 않다”면서 “국민들이 (국정 추진의) 결과를 보면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 및 장외 투쟁 등 격렬한 반대에 나설 경우 ‘국정 발목잡기’라는 프레임을 자초하게 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11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국정 전환 계획을 논의키로 하는 등 속도전에 나섰다.
새정치연합 역시 ‘공공의 적’을 세움으로써 당내 ‘주류 대 비주류’의 갈등을 가라앉히고 신당 창당의 원심력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이슈가 보·혁 갈등과 맞닿아 있는 만큼 야당 지지 성향을 가졌지만 투표에 적극적이지 않던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낼 것이란 기대심리도 깔려 있다.
‘독재·친일 미화를 위한 국정 전환을 저지한다’는 명분 말고도 새누리당의 ‘종북 논란’에 휘말릴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역사 쿠데타’라며 강력하게 맞불을 놓는 측면도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치러진 지난 4·29 재보선에서 ‘종북 이슈’로 패배한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는 얘기다. 김성수 대변인은 “색깔론으로 덮어씌워 보수층 결집을 꾀하려는 의도라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위험한 음모”라고 했다.
◇팽팽한 찬반 여론…“결국은 야당에 유리”=국정 전환에 대한 여론이 팽팽하게 갈려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이슈가 여야의 셈법대로 작용할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결국 야당에 유리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누리당 지지층은 이미 결집도가 높은 상태이지만 새정치연합은 견고한 지지 기반을 형성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이슈가 여야의 지지율을 비슷하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현재는 보수층보다 야권 성향층이 더 분산돼 있는 측면이 강해 지지층 결집 효과는 새정치연합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도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지지율이 각각 40%대, 20%대로 나타난다”며 “여론이 거의 반반으로 갈리는 이번 이슈의 특성상 지지율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야당의 지지율 상승이 두드러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이슈가 총선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조기에 일단락될 경우 그 영향은 미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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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10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