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오프너 ‘안나지’는 이탈리아 디자인 거장 알렉산드로 멘디니(84)가 발레리나인 여자친구에게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춤추는 여성을 연상시키는 안나지는 일상 물건이라도 디자인을 입히면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즐거워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멘디니의 40년 작품 인생을 집약해 보여주는 대규모 전시회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다. 건축가이자 산업디자이너, 예술가인 멘디니는 이번 전시회에서 생활용품부터 가구, 회화, 모형으로 제작된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총 6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주제는 ‘디자인으로 쓴 시’다. 아시아 최초 전시다.
8일 전시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내가 지향하는 것은 유토피아적인 건축물과 디자인”이라며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테크놀로지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행복함을 주는 작품을 하는 게 나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렬하고 풍성한 색채감각, 점묘파를 연상케 하는 그의 작품 세계는 한마디로 색과 점의 축제이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멘디니는 건축분야에서 일하다 1970년부터 모도, 카사벨라, 도무스 등 3대 건축 잡지의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89년에는 건축가인 동생 프란치스코와 함께 ‘아틀리에 멘디니’를 설립하고 예술, 가구, 건축 등을 아우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후쿠이 공룡박물관, 그로닝거 미술관 등 건축물과 공공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으며 카르티에, 에르메스 등 세계적 명품 기업과도 협업해왔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 한샘, 한국도자기 등과 작업했다. 전시회에는 산업 디자인 제품 뿐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도 다수 내놓았다. 기능주의를 거부하듯 의자 등을 실제보다 작게 하거나 크게 제작해 낯설게 보여주는 작품들이 전시됐다. 내년 2월 28일까지.손영옥 선임기자
멘디니 40년 작품인생 한눈에… 생활용품부터 가구·회화·건축물 ‘디자인으로 쓴 시’ 600여점 선보여
입력 2015-10-12 02:22